삶에는 답안지가 없다

I누가 행복한 사람인가I

by 작가 기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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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려도 괜찮다. 인생은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쪽으로 흐른다. 백 번의 선택 중, 한두 번만 맞아도 인생은 굴러간다. 이렇게 보면, 실패는 오답이 아니라, 비교가 붙여준 딱지일 뿐이다.

그 아래에는 한 사람이 살아온 방식만 남아 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정답을 찾느라 세월을 낭비하느니, 서툴러도 자기 문장으로 살아가라.”


결국 나의 색깔을 찾는 게 답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살면서 틀리기도 하고,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답을 고르는 법을 배웠다. 꼭 문제에는 정답이 있었고, 그 정답은 하나라고 믿었다. 줄은 맞추어 서고, 기준선은 넘지 말아야 했다. 틀리면 노력을 통해 반복해서 틀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렇게 자란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이번에는 정답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이직 서류를 앞에 두고 한참을 서성거리던 순간이었다. 마우스를 쥔 손이 심하게 떨렸고, 마지막‘제출’ 버튼 위에서 하루를 넘겼다. 그때마다 같은 질문이 돌아왔다.


“이게 맞는 걸까?”


어느 누구의 삶을 기준으로 삼아도 내 선택은 완벽해 보이지 않았다.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궤적을 따라가 보아도, 내 삶의 궤적은 그들과 전혀 겹치지를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자주 틀린 사람처럼 느껴야만 했다. 믿었던 것들이 무너지고 손에 쥐었던 답들이 모래처럼 흘러내렸다.


하지만 끝내 깨우쳐야만 했던 것은, 내 삶은 시험지가 아니란 점이었다. 공식적으로 따박따박 인생 문제가 주어지지 않았고, 시간 내에 해결해야만 하는 제한규정도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당황했던 것은, 처음부터 답안지가 없었다. 정답인 인생과 틀린 인생으로 이해했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나는 스스로를 채점하기 시작했다. 실패한 항목들에 빨간 줄을 긋고, 부족한 점수를 매겼다. 그러다 보니, 점점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되었다.

우리들의 삶에는 완벽한 선택이 없다는 것을 눈치를 챘다.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답게 걸어왔는가였다. 넘어졌던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삶이라는 문장을 쓰는 게 인생이었다.

우리 삶에는 애초에 정답이 없었다. 틀렸다고 불릴 이유도 없었다. 우리가 정답이라 부르는 것들은, 그저 누군가의 선택이었고 누군가의 결과였을 뿐이었다. 그건 그들의 기준이었을 뿐, 나의 기준은 아니었다.

삶에는 완전한 답안지가 없다. 다만 살아온 만큼 기록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틀릴 수도 있고, 머뭇거릴 수도 있으며,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길 위에 멈춰 서 있는 사람에게 나는 말해주고 싶다. 웃었던 날과 울었던 날, 잘한 선택과 후회한 결정들이 뒤섞여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된다고.

오늘도 나는 답을 고르지 못한 채, 나를 지우지 않는 문장을 천천히 써 내려간다. 지웠다가 다시 쓰는 그 문장 위에 삶이라는 날짜를 조용히 적는다. 답안지가 없는 기록만 남긴다.





[브런치북] 인연 공식이 그대였으면 해

#기안장 작가의 또 다른 브런치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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