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누가 행복한 사람인가I
새벽빛이 몰려올 때, 세상보다 먼저 마음을 깨운다. 그 마음 위에 하루의 행복을 조용히 얹는다. 어제의 삶의 잔상들이 작은 돌처럼 마음 안을 굴러다녀도,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써 놓아준다. 내가 붙잡는 것은 어제의 미련이 아니다.‘오늘’이라는 내 삶의 행복이다.
사람은 상황을 바꾸지 못할 때가 많지만, 그 상황을 바라보는 마음만큼은 선택할 수 있다. 불완전했던 어제를 붙잡기보다, 오늘 아침에도 “괜찮아, 다시 해보자”라고 혼잣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하루의 문을 여는 마음가짐이다.
그래야 불편한 감정은 지나가고, 행복한 삶의 선택이 내 앞에 남는다.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사람들이 있다. 습관처럼 입꼬리를 조금 올리고, 오늘 하루를 살아갈 나를 마주본다. 웃음은 타인에게 건네는 인사이자, 나에게 보내는 가장 작은 응원이다.
이런 사람들은 행복을 멀리서 찾지 않는다. 오늘의 나를 대하는 습관적이고 작은 태도에서 발견한다.
행복은 나를 비워내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나를 다시 채우는 시간도 필요하다. 누군가를 붙잡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먼저 따뜻하게 붙잡을 줄 아는 마음이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웃는 얼굴 뒤에는 슬픔이 숨어 있다고.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간다. 실패의 두려움과 무너진 뒤의 허탈함, 그리고 배신의 씁쓸함. 그런 날일수록 웃는 것은 더 어렵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웃음은 기분이 좋아서 짓는 표정이 아니라, 마음을 버티게 하는 태도라는 것을. 삶은 크게 성공한 날보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은 날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지방에서 서울 가는 기차를 타고 마지막 출근하던 날이 있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곳이었다. 그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창가에 비친 내 얼굴은 무척이나 힘겨워 보였다.
세상은 내게 오늘만큼은 쉬어가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사표를 내고 돌아오던 그 날, 나는 제과점에 들러 작은 케이크를 샀다. 별것 아닌 선택이었지만, 내 선택을 스스로 응원하기 위한 선물이었다.
하루하루 삶을 견뎌낸 나에게 건네는 작은 인사가,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되었다. 이 점은 분명했다. 달리다가 신호등 앞에 멈추어 서서, 잠시 내 숨을 바라보며 호흡을 고를 줄도 알아야 한다. 웃으면서 살아간다는 건, 늘 밝게 사는 것은 아니다. 눈물이 없는 삶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울 줄 알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힘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야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다.
나는 가끔 내게 묻는다. 오늘 하루, 무엇을 웃으면서 넘겼는지. 버스를 놓친 아침의 허둥거림, 엉뚱한 답을 해버린 불편한 회의 시간, 비 오는 날 젖은 신발을 말리는 어리석음. 이런 완벽하지 못한 순간들 속에서, 무엇이 내 안에 남는지를 묻는다. 세상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는 마음의 태도다.
언젠가 인생 끝자락에 서게 되면,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를 떠올리고 싶다. 얼마만큼 성공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따뜻하게 살았는지를 기억하고 싶다. 누군가와의 하루 속에서 작은 웃음 하나를 남겼던 날들,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었던 밤들,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내 삶의 기록이 될 것을 믿는다.
오늘도 나는 거울 앞에서 입꼬리를 조금 올려 보았다. 세상이 나에게 어떤 얼굴을 내밀든, 나만의 웃는 표정으로 하루를 맞이하고 싶었다. 그것은 결국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켜내는, 가장 다정한 삶의 방식일 테니까.
※ 작가 소개: 기안장_브런치 작가, 2025년 항공문학상 우수상, 2024년 원주신문 올해의 오피니언상, 밀리의서재 올해의 밀리로드 Top 50, 문장21 시부문 신인문학상, 문학광장 수필부문 신인작가상 수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