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는 작은 증거

I누가 행복한 사람인가I

by 작가 기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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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달력에 표시할 이유가 없는 날이다. 사진으로 남길 장면도, 오래 이야기할 사건도 없었다. 그저 해가 뜨고 저물어 갔을 뿐이다.

색다른 것이 없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내 기억에 또렷이 남을 만큼 별난 일도 없었다. 하지만 이 하루를 조용히 바라볼 때가 있다. 사실 대부분의 날들이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얼굴로 다가온다.

미처 내가 헤아리지 못했을 뿐이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어쩌면 의미라는 것은 거대한 성취나 찬란한 성과에서 발견된다면, 삶이란 그저 온기 없이 무료한 날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고대의 한 철학자는 말했다. 성찰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나는 오늘, 커피가 식어가는 동안 그 말을 떠올렸다. 아무 일도 없던 하루를 이렇게 붙잡고 있는 지금의 내가, 어쩌면 그 말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러나 조금 덧붙여 보자. 삶이란 “특별한 일이 없어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오늘 내가 한 일은 고작 이것뿐이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들이고, 식어버린 밥을 다시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저녁 무렵 어둑해진 하늘을 잠깐 바라보았다.

그런데도 하루는 내 안에서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네가 숨 쉬고 웃고 버텨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작은 흔적을 남긴 게 아닐까. 나의 삶 전체가 헛되지 않다고. 그래야 하루하루를 버티며 사는 나에게 속삭일 수가 있다고.


“오늘도 평범했지만, 그 자체로서 충분했어. 고마워. 그리고 내일도 잘 부탁해.”




※ 작가 소개: 기안장_브런치 작가, 2025년 항공문학상 우수상, 2024년 원주신문 올해의 오피니언상, 밀리의서재 올해의 밀리로드 Top 50, 문장21 시부문 신인문학상, 문학광장 수필부문 신인작가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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