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알알이

by 아진

우리 고장은 65세 인구수가 전체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번화가에도 젊은 사람보다 어르신들을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조용한 농. 산촌 소도시다.

주 산업은 벼농사, 밭농사, 과일 농사를 짓는다.

그러나 나이가 드니 농사지을 여력이 없어 남에게 임대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땅이 없다.

소일거리로 텃밭 가꾸기를 하고 싶었다.

주변 이웃에게 부탁을 해본다, 여차여차 해서 텃밭을 가꾸고 싶은데 혹 땅을 빌려줄 사람이 있으면 소개 좀 해 달라고

그러면 즉시 "우리 땅 있는데 텃밭 가꿔봐"라고 하든지 아니면 얼마 뒤 땅주인을 연결 시켜준다.

그렇게 해서 올봄에 약 2~30평의 텃밭을 얻었다.


그곳에 여러 종류의 작물을 심었다.

고구마. 감자. 땅콩, 서리태, 방울토마토 5개, 가지 5개, 오이 몇 개, 깻잎 몇 개, 상추, 케일 등

밭은 작아도 여러 종류의 작물이 자라는 신기한 곳이다.

주말이나 평일 오후에 가서 물도 주고 풀도 뽑아 주며 정성으로 키우니 작물이 잘 자라 감자도 캐어 삶아먹고 열무로 김치도 해 먹고 호박으로 전도 구워 먹고 심지어 가까운 지인과 나누어 먹기도 하니 그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나 올여름 얼마나 무더웠던가? 사람도 살기 힘든 상황이다 보니 어느 순간 텃밭은 뒷전이 되었다. 간혹 가보면 잡풀이 무성해서 작물보다 키가 더 크다. 엄두가 나질 않아 텃밭을 찾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한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이는 계절이 왔다.

다들 땅콩을 캔다고 한다. 일요일 이른 시간에 텃밭에 땅콩 수확을 하러 갔다.

해준 게 없으니 기대도 없이...

사토 밭이라 땅콩 뽑기는 수월했다. 한 포기를 잡아 올리니 땅속에서 알알이 땅콩이 달려 올라온다. 또 뽑아본다. 또 알알이 땅콩이 올라온다.

무더운 날씨를 핑계 삼아 제대로 돌보지도 않았는데. 햇살과 바람, 비와 흙이 함께 이 귀한 땅콩 알맹이를 길러낸 걸 보니 그 앞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네가 준 귀한 선물 감사히 잘 나눠 먹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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