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60대 직장인의 재계약?

by 아진

정년을 맞이했다. 아직 일을 할 수 있고 일을 하고 싶은데 일을 못하게 되는 게 참 아쉬웠다.

퇴직 전 이곳저곳 구인란을 보다가 연령제한이 없는 곳을 발견했다. 당장 전화를 해서 원서 낼 조건이 되는지 물었다 가능하다고 했다. 모집인원은 10명이었다. 요구하는 자격증은 어느 정도 갖추었다 보니 좋은 점수에 합격을 한 것 같다. 기뻤다.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아직은 살아있다는 것이...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많아 조금 손해 보더라도 배려하고 친절하게 대했다.

인생에서 덤으로 직장을 다니니 고마울 뿐

처음 1년은 그럭저럭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었고

일을 배우기에 바빠서 별다른 문제나 스트레스 없이 무난히 지나간 것 같다.

1년 계약직이다 보니 또 1년 계약이 체결되어 2년 차를 다니게 되었다. 이제 서서히 각자의 성질이 드러나고 끼리끼리 모이는 분위기가 되더니 나중에는 편을 가르기 시작했다. 정규직 한 팀, 젊은 계약직 여자들팀. 나이가 많아도 남자들끼리 한 팀을 이루니 자연히 혼자가 되었다.

칼로 자르듯 나누어진 게 아니니 처음에는 견딜만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정도는 심해져 끼리끼리만 이야기하고, 끼리만 밥을 먹으러 다니고 객관적으로 별로 우습지 않은 걸 목놓아라 웃어대고 옆사람은 아랑곳 없이 큰소리로 말하는 행동을 보며 직장의 예의를 안다면 저렇게 하는 게 맞나 싶다.

그러나 아무도 조용히 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목소리 큰 것이 능력이고 승리자인 것 같다.

팀구성원끼리 의결사항도 공유 없이 일을 처리한다. 외근을 다니다 보니 팀 내 의결사항이 있었으면 공유를 해야 하는 게 기본일 텐데 왜 몰랐냐고 오히려 질책을 하며 자기들끼리 키득키득 웃기까지 한다. 흔히 말로만 듣던 직장왕따가 된 것이다.


사고의 유연성도 떨어지고 여러면에서 젊은이와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성실히 책임감을 갖고 꾸준히 일하는 것은 자부하는데... 마음이 슬프다.

나이가 주는 고독감과 직장이 주는 고립감이 맞물리다보니 자다가도 소스라치듯 놀라 깰 때가 종종 있다.


요즘은 80대도 일을 하는 세상이 되지 않았는가?

일을 통해 행복감도 느끼고 일을 한 댓가로 삶이 윤택해지는 것이 좋다.

세상이 다 내 마음 같지가 않구나?

내 마음 같기를 바라는 이 마음을 바라보며 수행을 하니 또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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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재계약 시즌이 돌아오고 있다.

어느 60대의 직장생활은 계속 ing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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