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새벽하늘

by 아진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비가 내린다

살짝 이른 겨울바람이 불어온다.

오랜만의 여행으로 피곤했는지 몰려오는 졸음을 가눌 수 없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꿈도 없이 푹 잤다.

새벽녘에 잠이 깬다.

숙소의 창문은 통유리로 되어 밖이 훤히 잘 보였다. 커튼을 젖히니 가로등 두어세 개가 어둠을 밀어내는 파수꾼 역할을 충실히 하지만 아직은 까만 밤이다.

침대에 누워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일상을 벗어난 여행지에서만 누릴 수 있는 여유다.

먹구름이 잔뜩 낀 제주의 밤하늘이 참 예쁘다. 바다가 온 하늘을 말끔히 씻어낸 맑은 속살 같은 빛깔이다.

그 먹구름 사이로 초승달과 샛별이 밝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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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초승달은 언제 그랬다는 듯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또 어느새 나타나고 나랑 숨바꼭질을 한다.

아~

잘못 알고 있었네

달은 항상 떠 있었고

구름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고 있는 걸 잘못 알았네.

구름이 전부 걷힌 완벽한 세상을 갈구했다.

낮에는 빛나는 태양아래, 밤에는 은은한 달빛아래 살기를 원했다.

아니 깜깜한 어둠 속에서 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탐심, 진심, 치심으로 얼룩지고 뒤덮여 있더라도 언뜻언뜻 밝은 태양이 빼꼼히 드러났다 사라지고 또 드러났다 사리 지며 " 진짜 내 모습은 이거야" 하며 끊임없이 속삭였지만 알아채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걸 제주 새벽하늘이 말해준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도 샛별을 보고 깨달았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이제는 바로 알자

나의 태양, 나의 참자 아는 항상 그 중심에 우뚝 서 있었다.

내가 만든 감정과 욕망의 먹구름으로 슬픈 날, 아픈 날, 속상한 날 짜증 난 날을 연출하며 진실을 왜곡한 채 살아왔다는 것을....

온갖 구름덩이가 생겼다 사라졌다 하겠지.

보면 사라지고

움켜쥐면 집어삼키는 무서운 태풍으로 변신하리라

제주의 새벽하늘은 말한다.

지금 이대로 행복하여라

너는 지금 이대로 완전원만 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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