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란 하늘에게 잠시동안 찾아온 여름철 사춘기
요새 내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이 요상하다.
파아랗고 몽실한 것을 머금었다가도
뱉어내고 나니 잿빛으로 흐리워져간다.
흐드러진 능소화가 목을 쭈욱 편 모습이
탐스럽게 익어 빛에 반사된 복숭아의 솜털이
비웃는 듯한 능욕감에 그동안의 울분을 터트린다.
사시사철 분명 괜찮은 것 같았는데, 괜찮았는데
잠깐 쏟았던 눈물이 흘러넘쳐 솨-내리고 있다.
하물며 흥분하며 내뿜은 콧바람은
강하게 휘몰아치는 빗바람이 되어
나무와 사물이 온통 요동치고 있구나.
다만 나도 이런 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잠시 초여름을 지나면 지나오는 사춘기.
주체할 수 없는, 1년 중에 잠시 오는 사춘기.
잠시 동안만 내 감정에만 충실해지는 시기다.
요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주체할 수 없는 시기.
눅진하고 철퍽거리면서도 선선한 바람이 불고
당최 예측할 수 없는 흐름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잠시 동안만, 아주 잠시 동안만,
이 감정의 소용돌이를 이해해 주련.
여름에만 다가오는 이 장마란
하늘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 일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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