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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 탄생3.

-프랑스책방 책방지기에게 파리 비행은 운명같은 것

by noodle
처음 찾았던 이곳에서 나는 몹시 설렜습니다. 이후에도 이 서점을 여러번 찾았어요.언젠가 책방이 꼭 성공해서 짝꿍 언니와 함께 여기에 출장 오고 싶어요.

책방을 하기로 결심하고, 운명처럼 파리 비행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10월의 어느 날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나는 언니가 알려준 지도를 보고 파리 시내의 유명하다는 서점을 찾아갔습니다. 그 날의 공기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알지 못하는 세계로 한걸음 들어가려는 자의 설렘이 잔뜩 묻어나는 그런 날이었어요.

나는 읽지도 못하는 책을 욕심껏 담았습니다. 무게가 얼마만큼 될지, 내 캐리어에 전부 실릴지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까막눈이지만 그런 내 눈에도 예뻐보이는 책이 잔뜩 있었습니다.







파리의 지하철은 책으로 가득찬 캐리어를 옮기기에는 정말 난감한 곳이었는데, 어디서 그런 기운이 솟아났는지 지금도 신기합니다.

그 때만해도 젊었던 모양입니다.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캐리어를 이고 지고, 파리의 지하철 계단을 올랐으니까요.

그날, 나는 캐리어의 바퀴를 잃었고, 생전 처음 겪어보는 허리의 통증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시내의 작은 카페에 쪼끄리고 앉아, 자랑하듯 꺼내놓은 나의 책들은 벌써 내 새끼같아서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 이었습니다.

숙제검사 받듯, 파리 거리에 쪼그리고 앉아 골라낸 책들을 펼쳐보았습니다. 벌써 부자가 된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엔, 책방 피노키오 사장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책방 피노키오는 언니가 책방을 여는데에 결정적 방아쇠를 당긴, 곳이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 곳은 프랑스 통번역을 하는 언니에게 오랜 시간 프랑스 서적의 공급처였다고 합니다. 그런 사장님이 책방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전해왔을 때, 언니는 아, 내가 책방을 열 때가 왔구나 느꼈다고 해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시기에, 내가 언니 옆에 있었습니다.

서울역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언니와 나와 문닫은 책방 사장님이 마주앉았습니다. 언니는 훗날 그 날의 내가 다이어리를 들고 적극적으로 메모하며 눈을 반짝였다고 기억했지만, 사실은 거기에 회사 선배와 막걸리를 먹고 갔었습니다. 낮에 먹은 막걸리의 취기 때문인지, 출판사와 계약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고, 언니의 기억과는 정반대로 나는 마음 속에 지레 겁을 먹고 있었습니다. 와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성실하게 지나갔고, 나는 쉬는 날이면 시간을 쪼개, 인테리어를 궁리하고 있었습니다. 내 머릿속은 이미 상상한 이미지가 가득차 둥둥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시골 마을 어느 골목에 있는 그런 서점같은 느낌을 만들고싶다.

내 손으로 만들어 내고 싶다. 내 마음 안에 욕망이 자꾸만 밀고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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