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골 마을 골목에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책방.
인테리어 이야기-
처음 만난 상가의 자리는, 말그대로 황무지 같은 곳이었습니다.
나는 내가 살 집을 보러 갈때에도 인테리어가 깔끔하게 되어있는 집보다 뭐랄까 조금은 심난한, 날 것의 모양을 한 집이 더 끌렸습니다. 일종의 도전 의식이랄까요? 이런 공간을 내 손으로 이만큼 바꾸었다는 것에서 오는 쾌감, 창조 욕구, 의지가 불타오르는 그런 것 말입니다.
게다가 보통 그런 공간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아서 저렴하기까지하니, 뭔가 내 손으로 보석을 발굴해 낸 성취감까지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여기 닭 도소매점은 내 의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안쪽 공간도 꽤나 엉망진창이었어요.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듯 누렇게 변색된 벽지와 그런 벽지를 가리려는 의도였는지 알 수 없으나 치덕치덕 늘어진 촌스러운 포스터와 비닐 커버, 정리되지 않고 방치된 전자기기들과 통일감 따위는 없는 의자들.
창 밖 너머 예쁜 풍경은 고사하고, 한뼘만 열어도 우수수 먼지가 쏟아지는 덜컹이는 창틀에, 보이는 것은 맞은 편 빌라 외벽 뿐인 풍경.
쥐한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와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구석 창고.
와- 도파민이 몸 속에서 찌릿하게 퍼져나갑니다. 나는 여기를 프랑스 시골 마을 골목에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책방으로 만들거에요.
낡았기 때문에 가져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성은 남겨두고, 나의 취향을 꾸욱 눌러 담을겁니다.
사실 돈이 많다면, 정말 여유롭겠지만 돈이 부족하기에 쏟을 수 있는 열정같은 것도 있게 마련입니다.
조금이라도 저렴한데 전체적인 느낌을 해치지 않고 어울릴 수 있는 것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꽤나 즐거웠습니다.
핀터레스트는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인터넷 공간입니다.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았던 나에게 모든 자료의 검색은 핀터레스트로부터 시작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밤이면 핀터레스트의 바다에 빠져 내가 상상하는 책방의 이미지를 찾고 또 찾았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지루하지가 않더군요.
세상에는 어쩜 이렇게 멋진 곳들이 많은건지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렇게 프랑스 책방의 이미지를 찾아헤메던 어느날, 드디어 만났습니다. 내가 벤치마킹할 서점을요.
외국 어느 거리에 있을 눈내리는 서점의 풍경을,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았습니다.
기쁜 마음에 동업자 언니에게 이미지를 공유하니, 언니는 언젠가 꼭 가보고싶다고 버킷리스트에 남겨야겠대요.
언니, 기다려봐-
내가 굴포천 골목에, 이 느낌 낭낭하게 살려서,
우리의 책방을 만들어줄게-
한없이 설레는, 그해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