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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 탄생5.

-프랑스 시골 마을 골목에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책방.

by noodle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합니다만, 늘 로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동네 카페에 앉아 핀터레스트에서 찾은 사진을 보고 내가 원하는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뭔가, 마음속이 몽글몽글 한 기분이었습니다. 조금 부끄럽지만, 대단한 디자이너라도 된 듯 어깨가 으쓱 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진짜로, 책방을 만들게 되는걸까요? 이미 많은 것들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믿기지 않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예산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책이 인테리어 아니야? 뭐가 더 필요해?'라고 말하는 나의 책방 파트너는 우리가 가진 돈의 대부분을 책을 구매하는데에 써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1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 내가 아는 언니는 나와는 정말 다른 실용주의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설득을 해야만 했습니다. 처음 그녀가 이야기한 금액은 터무니 없었고, 지속적으로 내가 필요한 것들을 애써 설명해야 했지만, 제약이 있기에 즐겁기도 했습니다.




비행에서 돌아온 어느 날에는 이태원을 찾았습니다. 보물같은 빈티지 가구를 찾기 위해서요. 그날 먹었던 케밥의 맛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몇개의 마음에 드는 가구들을 눈에 담았지만, 역시나 예산이 문제였습니다.


이태원의 가구 거리를 찾았던 그날, 나는 한가지 느낀 것이 있습니다. 빈티지 소품샵을 운영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부유한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영국에서, 프랑스에서 직접 빈티지 소품을 수집하여 진열해 놓은 가게들은 눈이 휘둥그래질 만큼 매력적이었지만, 그 가격 또한, 눈알이 빠질 만큼 놀라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의자 2개와 작은 스툴 한개를 구입하고, 나머지 소품은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직접 만든다니!

먼 훗날 호호 할머니가 되어 내 인생을 돌아본다면

그해의 가을은, 내가 평생 쏟아냈던 도파민의 상당부분을 차지한 한 해가 되었을 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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