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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 탄생8.

-비밀스럽게 열리는 책장

by noodle
좁은 공간이지만 이렇게 안쪽에 하나의 방이 또 있는 구조는 나에게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런 구조가, 예전에는 흔했다고 해요.

밖에서는 아빠엄마가 슈퍼를 운영하고 안쪽 골방에서는 아이들을 돌보며 살림살이를 하는, 그런 용도로 만든 공간이었대요.

그러고보니, 어린 시절 슈퍼 사장님들은 안쪽 아랫목에 앉아계시다가, 손님오면 주섬주섬 나오셨던 기억이 어렴풋 나는 것도 같고요.

이제는 많이 사라져버린 이런 주거형태가, 아직도 남아있는 낡은 동네.

하지만 비밀 공간을 꾸리고 싶은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이 문을, 책장으로 덮어 숨겨둘 생각이거든요! 비밀스럽게 열리는 책장을 위해서 말입니다!

페인트칠 만으로도, 느낌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책장을 만드는 것 이었습니다.

맨 처음 책장을 의뢰했을때, 실장님은 나의 의견을 고사했습니다. 아무래도 책장이 슬라이드 방식으로 열리게 되면, 놓여있는 책들이 쏟아져서 다칠 수 있지 않겠냐는 안전상의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어릴적부터 다져온 본태 똥고집인 나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슬라이드 책장을 위해 이 공간을 계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때 6살이었던 둘째를 어린이집 끝나고 픽업해서 공사장에 데리고 다녔던 기억들이 새록새록합니다.

아시는 분이 계실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린 시절에는 깨비책방이라는 만화책 대여점이 한창 인기를 끌었습니다. 만화책을 너무나 사랑했던 언니와 나는 그 곳의 단골 손님이었는데, 생각해보면, 깨비책방에는 슬라이딩 도어에 책이 잔뜩 꽂아져있어도, 누구하나 다치는 걸 보지는 못했거든요!

(물론 만화책의 무게가 대부분 보통의 책보다 가볍다는 것에는 동감하는 바입니다만...)

짜잔~ 그렇게 완성된 책장입니다.

책방에 들어서면 정면의 얼굴을 담당하는 공간이지요. 원래 내 마음같아서는 층고가 높은 책장에 사다리까지 놓고 싶었지만, 여기 낡은 9평 남짓의 공간에는 당연히 무리였어요. 그래도 제법 가득찬 느낌이 마음에 듭니다.


책장을 스르륵 옆으로 밀면, 안 쪽에 공간이 숨어있답니다.

그리고 책장을 양쪽으로 스윽 밀어내면,

드디어, 대망의 비밀의 방이 드러납니다.


제법, 비밀스럽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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