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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원 주미영 Dec 14. 2022

버려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화장품으로 그림을 그린다구요?

      

화장품으로 그림을 그린다? 아마 생소하게 생각하는 분들 많을 것 같다.  

     

지난 11월 말 용산 서울교육문화센터에서는  ‘Make up drawing : 버려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이라는 수업이 있었다. 10월경 우연히 센터에 방문했다가 그림 그리기에는 소질이 없지만 ‘버려지는 것들’에 관심이 가 사전 신청 후 참여하게 되었다. 바로 화장품 그림 작가 김미승 씨가 개설한 원데이수업이다.     

  

최근 환경오염이나 자원의 낭비를 줄이자는 취지로 쓰레기 줄이기와 재활용이 화두가 되면서 버려지는 물건으로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 주목받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upgrade(업그레이드)와 recycling(리사이클링)을 합친 말인데 소용을 다한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새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우선 수업에 가기 전 우리 집 화장대에서 굴러다니는 유통기한이 지나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들을 모두 골라냈다. 상당했다. 언젠가 쓰겠다고 한쪽에 쌓아두었던 화장품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있는 줄 모르고 또 사고, 선물 받고 사용한다고 해 놓곤 잊어버려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화장품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새삼 주인의 사용을 기다리고 있던 화장품들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이제야 너희들이 빛을 보게 되었구나. 비록 내 얼굴이 아닌 종이지만 더욱 멋진 작품으로 만들어 줄게!’


녹색의 마스크 팩과 아이섀도, 매니큐어, 파운데이션 등을 화장품 파우치에 담으니 불룩해졌다. 수업에 함께 참여한 사람은 모두 8명으로 주로 젊은 여성들이다.     


수업이 시작되자 그림 그리기에 앞서 작가 선생님은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사항도 몇 가지 강조했다. 즉 화장품을 버릴 때 크림이나 에센스, 토너 오일 등은 휴지나 신문지 등 폐지에 덜어내 흡수시킨 후 버리고 섀도, 블러셔 등 가루 종류는 긁어내어 분리한 후 버려야 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물건들의 분해시간에 대한 자료 화면도 보여주었다. 유리병 재질은 분해되는 시간이  4000년 이상이 걸리고, 알루미늄 캔은 500년 이상, 그리고 일회용 비닐은 1,000년 이상이며 플라스틱 병은 450년 이상이나 된다. 세상에나 분해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 물건들을 우리는 평소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있는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화장품 관련 직업 하면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떠올리고 요즘은 대학에 화장품 관련학과도 생겨나고 있지만 이렇게 화장품으로 그림을 그리는 미술영역도 생겨나다니 무척 신선한 경험이었다.


우선 그림 그리는 종이도 보통 도화지와는 다른 친환경제품인 갈색의 ‘크래프트지’다. 크래프트지에 연필로 밑그림 스케치를 한 다음, 아이섀도, 립스틱, 매니큐어 등 여러 색조 화장품으로 색을 입혀 나간다. 메이크업 드로잉 아티스트 김미승 작가에 의하면 물론 본인의 것도 사용하지만 화장품 회사나 여러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보내주고 있어 재료는 늘 넘쳐난다고 한다. 특히 사람 얼굴을 그릴 때는 실제 사람처럼 화장을 하니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한다.      

 

더 이상 쓸모없게 된 재활용품에 새 숨을 불어넣는 작업!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마음에서 출발했지만 하나밖에 없는 미술품으로 탄생하니 이 얼마나 멋지고 의미 있는 일인가?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화장품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자신을 떠올렸으면 한다는 김미승 작가! 새로운 미술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그녀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싶다.      

  

김미승 작가의 그림

    

이번 수업의 주제는 꽃 그림 그리기였다. 나는 올봄 태안의 튤립 축제에 갔던 것이 생각나 튤립 한송이를 그렸다. 약 2시간에 걸쳐 정성을 다한 작품이다. 여기 올린 모든 그림들은 화장품으로 그린 그림들이다. 놀랍지 않은가? 쓰레기통에 버려질 화장품으로 이렇게 그럴듯한 작품이 완성되다니. 내가 그린 튤립 작품을 거실에 걸어두니 바라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    

 

내가 그린 튤립 그림


작업에 참여한 수강생들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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