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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원 주미영 Feb 06. 2023

<미스터 션샤인> 황기환지사, 100년만에 고국품으로

유진 초이의 모티브가 된 황기환지사 귀향 소식을 접하고

<미스터 샤인>은 대한제국 시절 나라를 지키려 외세에 맞서 싸운 무명 의병들의 이야기를 그린 역사드라마다. 5년 전 TV로 방영되었는데 지금도 넷플릭스에서 10위권에 드는 인기 드라마다. 주인공 ‘유진 초이’는 실제인물 황기환 지사를 모티브로 했다고 하는데 최근 미국에 있는 그의 유해가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드라마에서 ‘유진 초이’(이병헌분)는 노비출신이다. 서양열강들의 통상요구가 빗발치던 19세기 후반, 사회적으로는 양반과 노비의 신분제도가 엄격하게 지배하던 시대였다. 1871년 신미양요가 일어나던 해 9살이었던 유진은 부모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하고 추노꾼을 피해 한 선교사의 도움으로 군함에 몸을 싣고 미국으로 건너간다.      


미국에서 해병대 장교가 되어 미-스페인전쟁에 나가 공을 세운 유진은 조선 주재 미국 공사관의 영사대리로 금의환향한다. 조선을 떠난 후 30년이 지나서.


그리고 의병활동에 앞장서는, '애기씨'로 불리는 양반댁 규수 고애신(김태리분)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유진과 애신이 만난 것은 1900년대 초반! 일제가 조선을 향해 국권 침탈의 야욕을 강하게 드러내던 시기였다.


자신을 버린 조국이기에 조선의 운명에는 관심이 없는 유진! 하지만 사랑하는 애신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조선이 하루 더 늦게 망하게 하기 위해 유진은 결국 의병들을 돕는다. 그리고 장렬하게 전사한다. 드라마 제목처럼 ‘조선에 햇빛을 가져다줄 햇살 같은 사람' 으로 말이다.  

  

   



아마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명대사를 많이 기억할 것 같다.


다음은 유진 초이와 고애신의 대화다.     


유진:  “그건 왜 하는 거요?

         조선을 구하는 거.”     


애신:  “꼴은 이래도 500년을 이어져온 나라요.

         그 500년 동안 호란, 왜란 많이도 겪었소.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지켜내지 않았겠소.

         그런 조선이 평화롭게 찢어발겨지고 있소.

         처음엔 청이, 다음엔 아라사가, 지금은 일본이,

         이제는 미국 군들까지 들어왔소.

         나라꼴이 이런데 누군가는 싸워야 하지 않겠소?”     


유진:  “그게 왜 당신인지 묻는 거요.”     


애신:  "왜 나면 안 되는 거요?"      




유진 초이의 모티브가 된 실제인물 황기환 애국지사는 평남 순천 출신으로 10대 후반이던 1904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1917년 1차 세계대전 당시 지원병으로 입대해 2년간 유럽 전선을 누빈다. 그 당시 조선은 일본의 군홧발에 짓밟히고 있을 때였고 3.1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던 때였다. 황기환 지사는 유럽에서 훗날 대한민국임시정부 부주석을 역임한 김규식 지사를 만나 그의 권유로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독립운동에 뛰어든다.      


영어에 능통했던 황 지사는 영국과 파리를 오가며 강대국들을 상대로 대한독립의 당위성을 알렸고 임시정부 파리위원부 서기장을 맡게 된다. 특히 그는 러시아에서 일본으로 송환될 뻔했던 한인노동자들을 프랑스로 이주시키는가 하면 영국 데일리 메일 기자였던 프레데릭 아서 메켄지(‘미스터 션샤인’ 마지막 회 등장)로 하여금 조선의 상황에 대해 취재하라고 끝없이 독려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으로 메켄지 기자는 핍박받는 조선의 모습을 여러 차례 보도했고 책도 출간하기에 이른다. 이후 황 지사는 미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에 매진했는데 안타깝게도 1923년 40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쳤다.      


그의 유해는 지금 뉴욕 퀸스에 있는 마운트 올리벳 공동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2008년 뉴욕 한인 동포들에 의해 발견된 후 15년 만인 그의 사후 100주년이 되는 올해 마침내 고국 땅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마지막화에 흐르는 고애신의 내레이션이다.     


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다시 타오르려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나의 영어는 여직 늘지 않아서 작별인사는 짧았다.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      


  



황기환지사

    


뉴욕 퀸스 마운트 올리벳 공동묘지 황기환의 묘(연합뉴스)

   



개인적으로 4년 전 한 역사연구소가 모집한 답사팀과 함께 대한민국임시정부 27년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독립운동의 정신과 의미를 되새겨 볼 기회가 있었다. 100여 년 전 조선의 청년들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군사훈련을 한 중국 난징 황룡산 기슭 천녕사! 당시 답사팀과 함께 그곳에서 무명의 의병들을 생각하며 독립군가를 열창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신대한국 독립군의 백만 용사야

조국의 부르심을 네가 아느냐

삼천만의 우리 동포들 건질 이 너와 나로다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싸우러 나아가세     



       

36년의 일제 강점기, 상해에서 난징에서, 만주에서 연해주에서 그리고

조선 팔도에서 얼마나 많은 무명의 의병들이 피 흘리며 목숨걸고 싸웠을까?


우리가 기억해야 할

뜨겁고 의로운 이름 의병!  

이름도 명예도 없이...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는 그분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황기환 애국지사의 귀향, 한~참 늦었지만 참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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