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안에서 눈치 보고 사람을 피하는 나 그리고 선택한 나 자신
나는 한때 이것을 병이라 생각한 적 없다. 그저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일 뿐. 신호등처럼 멈추고 건너고 기다리기를 반복하면 되는 걸이라고 시간이 해결한다고 생각했다.
승진을 향해 달리던 시간,
두 관리자를 모시며 스스로를 깎아내려야 했다.
어느 날 퍼스트보스가 말했다.
“을의 입장을 이해하지 말고, 갑의 입장을 대변하라.”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내가 꿈꾸던 부장은 이런 자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승진을 포기했다. 부장이 되지 않는 대신 나 자신으로 남는 길을 택했다.
직장을 옮겼다. 옮긴 직장의 두 보스는 사람 좋은 사람이었다. 안정을 찾아갔다. 조직 안에서 내 존재와 명예는 줄었지만 대신 내가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할 수 있었다.
퇴직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공부.
그 길 위에서 서서히 내 마음도 동화되어 갔다.
하지만 퍼스트 보스가 떠나고 새 보스가 왔다. 한 달 지나면서 공기는 묘하게 무거워졌다. 불안했다. 그리고 난 전 직장 브스를 떠올리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사람을 피했다.
선택했음에도 몸은 여전히 경계하고, 마음은 움츠러든다. 밖으로 나가기보다 내 공간 안으로 숨고 웃어야 할 자리에서도 웃음은 진심이 되지 못했다.
그 상처가 얼마나 큰지 갑들은 알지 못한다. 말은 너무 쉽게 한다. 쉽게 지시하고 쉽게 판단하며 쉽게 상처를 남긴다.
사람 위에 사람은 없는데 그들은 지네가 뭐 된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내 할 일을 다 한다. 할 일을 미룬 것도 타인에게 넘긴 것도 없다. 그런데도 연수갈 때 조퇴할 때 눈치를 본다.
이건 내 권리이고 내 복지다.
그럼에도 왜 나는 눈치를 봐야 하는가.
이전 보스 때는 감사했다.
대인기피 속에서 잊고 있던 내 존재를 다시 느끼게 해주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출근이 기대되는 날은 거의 없다. 이제 직장은 단지 돈을 버는 곳이다.
내 할 일을 다 하고, 내 권리를 지켜도 눈치를 보게 되는 곳.
이제야 깨닫는다.
승진을 포기한 것은 무너짐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그럼에도 사람과 관계의 그림자는 여전히 따라온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구겨진 종이를 다시 편다고 구겨진 자리가 없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