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by 마농


이 일은, 내가 6학년이 되던 해의 겨울방학에 있었던 일이야. 그해도 어김없이 이치에 따라 정월 대보름이 찾아왔어. 그때까지의 인생 13년에서 나는 단 한 번도 달집 태우기를 한 적이 없었어. 다만 그해는 평소와 좀 달랐지. 바로 윗집에 사는 머나먼 친척 할아버지가 오신 거야. 이분은 우리 아버지의 60년 지기 친구셨는데, 그날은 자신의 어머니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고 하셨어.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동네 사람들과 모여 이것저것 하던 과거를 그리워하셨지. 그래서, 할아버지는 오늘 밤 달집 태우기를 한다고 우리 가족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을 불렀어. 우리 가족 역시 따로 하던 일이 없었던 지라 할아버지를 따라 마을 뒤에 있는 밭으로 이동했지. 정말 그날 본 달은 내 인생 최고로 아름다웠어. 차마 글로는 표현하지 못할 만큼. 그렇게 내가 감상에 젖어있을 무렵 할아버지께서 물어오셨어. “그래 소원은 적어왔어?” 그 물음에 나는 아까 전 소원을 적어오라는 말을 떠올리며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 하나와 팬을 꺼내 들곤 고개를 저었지. 그런 나를 보다 시선을 돌린 할아버지는 아쉬운 듯, 과거를 추억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셨어. “옛날에는 참 동네 사람들끼리 정월 대보름마다 이렇게 보내곤 했는데…” 그렇게 하나 둘 옛날이야기를 하시던 할아버지가 저 멀리 나무를 가리키며 말하셨어. “한수야 저기 저 나무 보이냐?”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예’하고 답하자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씀하셨어. “옛날엔 시계도 스마트폰도 없었지. 그래서 나랑 너희 아빠가 늦게까지 노는 날엔 달이 저 나무 꼭대기에 걸쳐지면 들어가곤 했어. 참 재밌게 놀았는데 말이다.” 그리 말하는 할아버지의 표정은 정말로 행복해 보였어. 하지만 당시의 나는 여전히 어렸지. 그래서 그 아련함을, 당시의 추억을 이해하지 못하곤 이리 물었지. “우와! 저 나무가 그때도 있었어요?” 할아버지께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셨어. 비록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나무는 썩어 문드러져 베어버리게 됐지만 나는 이 일화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었어. 아무튼 그런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꽤나 흘러 할아버지께서 종이를 저 불 속에 넣으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우리 가족을 비롯한 마을의 몇몇 사람들은 종이를 불덩이 속에 집어넣었어. 나 역시 종이를 태우기 위해 급히 나무에 종이를 대곤 글귀를 적어나갔어. 잠시 후 종이를 넣고 모두 함께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는 시간이 반복됐어. 그때 돌연 동생이 묻더라. “오빠. 오빠는 소원에 뭐라고 적었어?” 비록 내 소원이 이루어지진 못했어. 하지만 그때 내가 했던 답은 아직도 뚜렷하게 떠오르네. 그래. 이렇게 활기차게 말했었지. “히히 비밀이야. 원래 그런 건 말하면 안 이뤄진댔어.” 그런 내 대답에 동생이 뚱한 표정을 짓더라. 나는 어쩔 수 없이 말을 덧붙였어. “내년 이때가 되면 알 거야!”

이전 10화공부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