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해라

by 마농

내가 아직은 어렸던 그때, 우리 집에 오던 어른들은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어. “한수야 니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일 하그래이.” 이 말을 하는 그들의 표정이 당시에는 웃음을 띤 표정처럼 느껴졌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참 여러 의미가 담긴 표정이었던 거 같아. 다만 그걸 이제 와서 알아차려도 이미 늦었더라. 그래 지금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지.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아마 그때의 나는 이리 답했던 걸로 기억해. “에이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그럼 그들은 항상 함박웃음을 지었고,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이어나갔어. 하지만 나는 크면서 점점 공부와 멀어졌지. 세상엔 재밌는 게 너무 많더라고. 하지만 그런 나의 방탕한 생활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있었던 그 일 이후로 많이 줄어들었어. 그래 아마 그때는 여름 방학이었을 거야. 집에는 나밖에 없었고 가족들 모두 어디를 갔었던 걸로 기억해. 나는 그 당시 게임에 빠져서 살았고 꽤나 이른 사춘기까지 겹쳐 상당히 못 말렸던 거 같아. 그날도 어김없이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밖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 나는 짜증이 나면서도 오랜만에 들려온 반가운 목소리에 게임을 끄고 밖으로 나갔어. 이제는 두 분 밖에 남지 않은 할머니 중 한 분이셨어. 나는 웃으며 차를 탔어. 우리는 물이 따뜻한 차를 쥐고 한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지. 그렇게 슬슬 점심시간이 끝나갈 때쯤, 할머니께서 힘들게 몸을 일으키셨어. 나 또한 따라 일어나 대문 앞까지 배웅을 하러 나갔지. 그런데 그때, 할머니께서 지금까지와 달리 정말 진지한 눈으로 이리 말씀하시더라고. “한수야, 공부 열심히 혀, 공부도 할 수 있을 때 해야 하는 거시여.” 난 평소와 같은 조언에 똑같이 답했지. “예. 열심히 할게요.” 그러자 할머니께서도 만족하셨는지 희미한 웃음을 띠시곤 집을 나섰어. 그리고 그게 내가 마지막으로 본 할머니의 모습이었지. 결국 마지막까지 할머니를 떠올릴 때면 공부하라는 그 한마디밖엔 떠오르지 않았어. 그날부터 나는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그녀를 생각하며 성실히 공부했어. 꼭 당신이 원하던 멋진 삶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면서 나는 팬을 들었지.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니 아직까지도 그때 조금 더 진지하게 답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머리를 맴돌고 있어. 공부만이 아니라 모든 건 할 수 있을 때 해야 하나 봐. 나는 뒤늦게 이를 알아차렸지. 어쩌면 그들이 말했던, 공부란 이런 것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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