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by 마농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그 해에는 정말이지 많은 일들이 있었어. 첫 이별을 경험하고 3년. 그동안 나는 많은 성장을 이뤘어. 하지만 그만큼 노인들은 늙어버렸지. 그래서일까 요즘엔 늘 찾아오던 다섯 분의 할머니 중 두 분만이 오시게 됐어. 그마저도 몇 주에 한번 꼴로. 그래서 내가 아버지께 물었지. “아빠 다른 할머니들은 어디 계셔?” 아마 그 당시의 나도 답을 알았을 거야. 믿고 싶지 않았을 뿐. 하지만 아버지 입에서 나온 말은 참으로 냉정했어. “다들 몸이 안 좋아지셔서 병원에 계신단다. 안 그래도 이번 주말에 한번 갈 예정이었는데 너도 같이 갈래?” 그런 물음에 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던 주말이 찾아왔어. 우리는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 음료를 몇 개 사 가지고는 병원으로 향했지. 그렇게 들어선 병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는데, 모두 하나같이 그리 표정이 밝지는 않더라. 그런 그들을 지나 위로 올라가니 마침내 내가 알던 노인들의 모습이 보였어. 그들은 전보다도 훨씬 핼쑥해져 있었지. 나는 그런 그들을 발견하자마자 뛰어갔어. 내 모습을 봤는지 그들도 힘겹게 몸을 일으켜 나를 반겨주더라.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 병원 밥이 맛없다는 이야기부터 공부가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한참 동안 나누었어. 그리고 마침내 달콤한 시간이 끝나고 이별을 마주할 시간이 왔어. 나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다음을 약속했지. “할머니! 다음에 또 올게!” 그러자 그들도 웃으며 말하더라. “그래. 또 놀러 오너라.”, “다음에는 마을에서 보고 싶네.” 그런 둘의 말을 듣고는 나도 마지막 말을 하곤 떠날 채비를 했어. “응! 다음에는 꼭 나아서 보는 거야!”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본 부모님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럼 어르신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병원을 나섰지. 그리고 집에 돌아와 시간이 얼마나 지나버렸을까. 나는 공부, 친구들과의 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냈어. 그리고 나는 할머니들을 뵈러 가지 못했지. 몇 번을 생각해도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더라. 왜 그때의 나는 우리의 시간이 다르다는 걸 몰랐을까. 정말 원망스럽더라. 내가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 건 딱 1년쯤 지났을 무렵이었어. 두 분이 모두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 이번에도 나는 장례식조차 찾아가지 못했어. 어렸기에, 단순히 어렸기에. 나는 그날 병원에서의 일 이후로 그들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어. 이제 와서 그들을 떠올리려 하니 얼굴조차 생각이 나지 않네. 정말 시간은 무섭더라. 이제야 깨달았지만 너무나 늦어버렸지. 우리의 시간이 다르다는 걸 조금만 일찍 알았다면 어땠을까. 내가 같은 시간을 걷는 이들과 즐거운 생활을 보내는 동안 다음을 약속한 채 떠난 나를 기다리던 그들은 어떤 삶을 보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그 감정이 떠오르질 않네. 아마 외로웠겠지, 슬펐겠지. 그리고 아쉬웠겠지. 마지막으로 그들의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너무나도 흘러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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