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고통

by 마농

현대를 살아가며 느끼는 고통이라 해봤자 그리 크진 않을 거야.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지. 그날까지는 말이야. 나는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 다녀왔어. 근데 어찌 마을에 들어올 때부터 분위기가 어수선한 거야. 오늘따라 노인들도 인사를 받는 표정에 근심이 보였고, 처음 보는 차들이 여럿 보였지.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집으로 왔는데, 글쎄 어머니 표정 역시 침울하고 일을 나가신 아버지 또한 일찍이 집에 와서 상복을 입으시더라고. 머리도 어느 정도 큰 나는 또 누군가 돌아가셨겠지 하는 생각이었어. 그동안 마을의 노인들을 비롯한 많은 주변의 이들이 먼저 이곳을 떠나셨기에 나는 이제는 그리 큰 감정을 느끼지 못했거든. 근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옆집에 사는 할머니의 아들이 돌아가셨다는 거야. 나한테는 8촌 정도 되는 친척이었는데, 90대의 할머니를 두고 먼저 60에 세상을 떠나시고 마셨어. 나는 그동안 자주 마주치고 많은 이야기와 배움을 받았기에 마음이 아파왔지. 참 사람이 이기적이라는 걸 느낀 순간이었지.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 동안, 한 번도 우는 모습을 보인 적 없던 아버지의 눈에서 따뜻한 눈물이 흘러나왔어. 나 역시 저번 정월 대보름을 비롯해 많은 추억이 있던 사람이었지만, 아버지와는 무려 태어나서 60년을 함께 지낸 삶의 한 부분과도 같은 친구였대. 그날 아버지는 차로도 2시간 이상 걸리는 곳까지 장례를 위해 찾아가셨지. 이는 마을의 다른 어른들도 마찬가지였어. 다음날 새벽이 돼서야 돌아온 그들은 일단 그의 어머니인 마을의 가장 큰 어른, 우리 옆집에 사시는 할머니께는 말씀드리지 않기로 했지. 어찌 보면 이게 맞는 선택인가 싶다가도 이해가 가는 결정이었어. 친구였던 아버지조차 그리 슬피 우셨는데, 어머니인 할머니는 어떨지 감히 예상이 안됐거든. 하나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할머니의 귀에 들어가게 됐지. 그동안 병원에 입, 퇴원을 반복하시며 나름 호전된 상태였던 할머니께서 정말로 쓰러지시고 마셨어. 그 뒤로 몸은 어느 정도 회복되셔서 퇴원하셨지만, 평소 꽤나 밝았던 할머니는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평상 위에 앉아 멍하니 보내셨어.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인사를 하며 말을 걸었지. 그랬더니 애써 웃으신 할머니가 옆에 자리를 권했고 나는 그동안의 생활을 비롯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어. 그런데 정적이 너무 길어서였을까. 할머니의 거친 손이 내 손을 감쌌고, 미약하지만 강한 힘만이 시간이 멈추지 않았다는 걸 알리고 있었어. 그러길 잠시 할머니께서 슬픔이 가득 섞인 쉰 목소리로 내게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시작하셨지. “선호가 널 많이 귀여워했다.”로 시작한 이야기는 한동안 나와 그의 즐거웠던 이야기로 이어졌어. 그러다 돌연. “근데.. 그런데.. 선호가 먼저 가버렸단다.. 진짜 니를 마이 좋아했는데.. 한마디도 못하고... 아아아..” 그렇게 서럽게 우시는 할머니를 보니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겨우겨우 진정한 할머니가 나를 보내줄 때까지 나는 그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 그 뒤 할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따라 이곳을 떠나셨던 걸로 기억해. 자식 잃은 어미의 심정을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하나, 세상에 이보다 슬프고 아픈 고통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지. 나는 아직도 그 빈집을 보면 그들을 회상하곤 해. 그럴 때마다 이루어지지 않은 그날의 소원을 그리워할 뿐이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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