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들보다 빠른 이별을 겪었어. 물론 한 살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 말고. 그래, 그때도 1월의 말미. 내 여덟 번째 생일이었던 걸로 기억해. 이때 나는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았었지. 그렇기에 하루 종일 시간이 남았던 나는 생일상을 준비하는 어머니 곁을 배회했지. 내가 방해가 됐던 걸까? 어머니가 나를 붙잡곤 이리 말하셨어. “가서 할머니들 모시고 올래? 네 생일이니까 네가 직접 가야지.” 그런 어머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밖을 향했어. 그리고 자전거에 올라탔지. 그렇게 네 분의 할머니께 6시에 오라는 말을 전하곤 마지막으로 가장 먼 할머니의 댁으로 향했어. 그 집은 우리 마을 가장 남쪽에 위치한 대나무 숲 아래에 있었었지. 약간의 경사를 자전거로 올라가니, 대문 양옆으로 선 큰 대추나무 두 개가 보였어. 그리고 난 그런 나무를 지나 할머니 댁에 문을 두드렸지.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나오셔서 문을 열어주셨어. 그렇게 나온 할머니께 나는 이리 말했었던 거 같아. “할머니! 오늘 내 생일인데 6시에 집으로 와! 올 거지?” 내가 그리 말하자 할머니가 세월이 느껴지는 거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셨어. “그래 당연하지. 누구 생일인데.” 그리 말하며 웃으시는 할머니의 얼굴은 정말이지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줬던 거 같아. 그렇게 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내리막길을 내려가 집으로 돌아갔어. 그리고 그날의 생일은 정말이지 즐거웠고, 따뜻했어. 그렇게 생일이 끝나고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었어. 근데 무슨 일인지 며칠 전 방문했던 할머니 댁에 처음 보는 차들이 있더라? 그래서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께 물었지. 그리고 돌아온 어머니의 말은 참 내게 묘한 충격을 줬어. “그‥, 할머니가 며칠 전에 돌아가셨대….”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 한 편이 아려오더라. “왜…? 내 생일 때 까지도 멀쩡히 오셨잖아!?” 내가 울상을 지으며 말하자 어머니도 마음이 아프셨는지 조금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하시더라. “자다가 돌아가셨는데 손자가 놀러 왔다가 신고했대….” 그래. 내가 이 이야기를 듣게 될 무렵엔 이미 장례도 끝났을 때였어. 오늘은 집 뒤에 묘를 세우고 집을 정리하러 온 거라고 하더라. 그 말에 난 아직 덜 성장한 머리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제 와서 떠올리려니 잘 생각나지 않네. 그래도 이것만큼은 분명한 거 같아. 슬픔과 무서움. 그래도 그때의 나는 씩씩했어. 그날도 여전히 놀러 온 할머니들과 그 이야기를 하며 슬퍼하고, 마지막엔 편안히 주무신 상태로 가셨으니 다행이라고 기뻐하고. 정말이지 많은 일이 있었어.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 댁에 주차돼 있던 차들이 모두 빠져나감을 확인한 나는 바로 할머니네 집 뒤에 있던 산으로 발을 옮겼어. 낡은 돌계단을 지나 올라가니 푸른 잔디가 깔린 묘가 하나 있더라. 그걸 보니 더는 못 참겠더라고. 내 눈에서 왈칵 따뜻한 눈물이 쏟아졌어. 그리고 난 울면서 다짐했지, 꼭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멋지게 살 거라고. 그렇게 다짐하곤 잘 떠올려 보니 이런 곳에 방문하면 꼭 절을 했던 게 생각나더라. 그렇게 나는 어딘가 어정쩡하고 부족한 자세로 묘에다가 절을 두 번 올렸어. 그리고 일어나 흐릿한 시야로 세상을 보니 웃고 계신 할머니의 얼굴이 떠오르더라. 그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다시금 낡은 돌계단을 내려왔어. 내려오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었지. 어딘가 부족한 내 절을 보며 할머니는 웃으셨을까. 오랜만에 묘를 찾아오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