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마당

by 마농


우리 옆집에는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 한분이 혼자 살고 계셨어. 나와는 꽤나 먼 친척이었는데, 이 집의 마당이 꽤나 넓어서 어린 시절 나는 그곳을 자주 애용했었어. 아 내가 작아서 더욱 커 보였을 수도 있겠네. 하지만 분명 그때의 내게 그곳은 자전거를, 축구를, 줄넘기를 하는 세상에서 제일 큰 놀이터였지. 우리 가족이 이따금씩 놀고 있을 때면 할머니께선 힘겹게 몸을 이끌고 평상에 앉아서는 우리를 바라보며 웃고, 응원하고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내곤 했어. 그때는 스마트폰조차 없었는데, 하루하루가 참 즐거웠지. 그날도 나는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낡은 셔틀콕을 들고 마당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어. 코트도, 네트도 아무것도 없었지만 가족과 함께 웃으며 하는 운동엔 그런 게 필요 없었어. 이렇게 놀다가 셋 중 한 명이 지치면 교대해서 할머니하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지. 그렇게 학교를 갔다 와서 놀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일을 끝내고 오셔서 밭에 올라가는 걸 볼 수 있었어. 할머니께선 늘 우리가 와줘서 조용한 집이 시끌벅적하다고 좋아하셨고. 그리고 해가 질 무렵이면 저녁을 먹기 위해 도란도란 집으로 돌아갔지. 그때면 내가 할머니께 꼭 이리 말했었어. “할머니! 내일 또 놀러 오게!” 그럼 할머니께서도 즐거운 듯 허허- 웃으시며 손을 흔들어 주셨어. “그래. 내일도 또 오그라.” 근데 언제부터였을까. 초등학교 고학년? 그맘때쯤부터 나는 더는 그곳에 가서 놀지 않게 됐어. 공부도 공부 나름대로 문제였고, 친구들과 함께 스마트폰, 컴퓨터로 노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랬던 걸로 기억해. 오랜만에 이곳에 와 마당을 보니, 참 외롭고 좁네. 그땐, 그렇게 넓고 북적했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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