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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희 Dec 05. 2022

내 몸의 강적


내 몸에 강적


 내 나이 34세 때, 심한 갈증으로 목이 말라 냉장고에 넣어 둔 오렌지 주스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던 일이 있었다. 갈증은 자주 일어나 마시고 또 마셔도 좀체 가시지 않았고, 몸은 몹시 피곤했다.   

건강검진 후 소변검사, 채혈검사 결과 혈당이 185라는 생각지도 못한 일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순간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내려왔고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직 나이도 젊은데 내가 당뇨가 있다니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었고, 눈에서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르며, 다리는 힘이 풀려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동안 당뇨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었는데 당뇨가 내 몸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니 합병증이란 존재가 무섭게 다가오며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그 이후 당뇨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여러 정보들을 찾아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제일 먼저 관리해야 할 것은 음식조절과 운동이고, 경구혈당강하제를  먹는 일이다. 지금까지 음식조절은 너무너무 힘이 든다. 30년 동안 음식 관리는 괴로움이었다. 좋아하는 사과는 중간 크기 4분의 1 양이고, 밥은 잡곡이 50프로 이상 들어가는 밥을 먹어야 하고,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 1개를 먹으면 혈당은 300이 넘어가는 무서운 공포가 도사리고 있었다. 스트레스와 함께 음식을 먹어야 하는 중압감을 말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떡, 빵, 찰밥, 불고기, 치킨, 잡채, 달달한 과일, 치즈케이크, 등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었지만, 당뇨가 있은 후 맘 놓고 먹을 수가 없게 됐다. 맛있는 음식이 앞에 있을 때 어서 들어오라고 재촉하는 혀의 달콤한 유혹은 왜 이리 괴롭게 하는가! 그러나 이겨내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고 현재까지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 말처럼 당뇨로 인한 식습관이 30년 동안이라는 긴 시간 속에서 익숙하게 자리를 잡았다. 사실 혈당을 천천히 오르게 하는 당뇨식은 누구나 먹게 되면 몸을 이롭게 하는 건강식이다. 그걸 먹어서 그런지 지금까지 잘 살아가고 있다.


 주 5일 40분 정도 걷기 운동으로 관리를 한다. 한 시간 이상 걸으면 발목 무릎관절이 많이 안 좋아서 그렇게 하고 있다. 뭐 이 정도라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먹었던 음식이 플러스가 된다면 운동은 마이너스로 본다. 운동을 게으르게 할 순 없다. 중요한 혈당 관리가 되기 때문이다.

 

 긴 시간만큼 당뇨 약의 분량은 더 늘어나고 있다. 약을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을 먹는다. 당뇨 전문의 선생님은 당뇨가 오래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약을 먹는 습관은 자연스레 되어 있지만, 이약을 먹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넋두리를 흘릴 때가 간혹 있다.


 당뇨는 죽을 때까지 함께 가야 하는 내 몸의 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의 마음을 갖는 긍정의 힘은, 어려운 현실을 지탱해 주는 지지대의 역할을 해 준다. 큰 합병증 없이 지금까지 잘 냈다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초월적인 힘의 작용이 있었다고 확실히 느껴진다. 여기에 대해서 은혜를 베풀어 주신 하나님께 진심을 다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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