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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희 Feb 27. 2023

기차는 떠나고 말았어

오전 6시 43분 정읍을 출발해서 9시 6분 광명역에 도착할 기차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서 바쁘게 준비했다. 차로 30분을 가야 정읍역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2월의 새벽은 6시가 되어도 어둑 컴컴하여 잘 보이지 않는다. 정읍역에 도착해서 광명역을 향한 안내 표지판을 확인하고 4번 플랫폼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그동안 4번 홈에서 열차를 탔기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등에다는 가방을, 양손에는 쇼핑백을 들고 플랫폼에 마련된 승객대기실 안으로 들어가 기차를 기다렸다.


6시 33분이 되니까 srt 수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나가고 나만 남았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타는 사람이 없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조금 기다리다 시간이 얼추 되어 플랫폼에서 기다리는데 44분이 되고 45분이 되어도 기차는 오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은 나만 홀로 있었다. 아차 뭔가 잘 못 되었다 싶어 등에서는 진땀이 나고 있고, 동시에 건너, 건너, 건너 플랫폼에 청색 기차가 잠시 기다리고 있다가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짐작건대  혹시 저 열차가 맞나 보네. 순간 무척 당황하는 나머지 플랫폼을 뛰어 내려가 기차를 타려고 내 몸은 안절부절못하였다.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발을 동동 구르며 어찌할 바 모르는 딱한 모습이 악몽을 꾸는 듯 현실 속에  잡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간밤에 꿈을 꿨다. 어딘지 모를 낯선 곳인데 내가 찾아가는 목적지가 나오지 않아 이리저리 방황하며 길 찾기에 힘들어하는 꿈을 꿨다. 아무튼 간밤에 꿈부터 시작해서 이 시간까지 갈 길을 가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셈이 됐다.


그동안 서울과 광명을 가기 위해  정읍역에서 수차례  ktx열차를 타곤 했었다. 물론 아무 탈없이 잘 도착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일까.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매표소를 향해 올라갔다. 플랫폼에서 몇 분을 지체해서 거의 7시가 다 되었다. 매표소에 이르러 직원에게 플랫폼을 잘 못 들어가서 열차를 놓쳤고, 이번에는 왜 4번 홈이 아니었나 했더니, "네 그렇죠? 떠난 열차는 출발지가 달라서 그래요 7번 홈이에요" 한다. 순간 다리가 후들후들 풀린다. 그런 후 몇천 원의 수수료를 물고. 다시 8시 1분 차를 끊었다. 승차홈은 공포의 4번 홈이다.


이번에는 전광판에 뜨는 출발시간을 잘 살펴봤다. 4번 홈 열차번호를 확인하고 대합실에서 1시간을 기다리다

열차를 탔다. 역시 많은 사람이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린다. 열차가 멈추자 잘 타고 있다는 안도감이 내 몸 어디에서 슬슬 올라온다. 다음부터는 전광판에 뜨는 열차번호와 홈을 잘 확인하고 타리라 짐해 본다. 살다 살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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