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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희 May 26. 2023

초등학교 자원봉사

 읍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로부터 안전 요원으로 위촉을 받았다. 봉사활동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만큼 그런 동심으로 일렁이지는 않지만, 마음에는 묘한 설렘이 일어난다. 순진무구하게 느껴지는 1, 2학년들의 손을 잡고 안전하게 교문까지 데리고 가노라면, 조잘거리는 아이들에게서 작은 행복을 선물로 받는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다 예쁘고 사랑스럽고 귀엽게 여겨진다. 손자손녀를 둔 할머니의 마음은 그 아이들을 보며 함께 동화되어 가기도 한다.

 


 아이들은 교실을 나오면 하나같이 날개가 돋는다. 교실 안이 너무 답답해서일까, 아니면 엄한 선생님의 얼굴이 안 보여서 그럴까, 온몸에는 에너지가 새로 충전이 되고 새처럼 날아오른다.

“애들아 뛰어가지 말고 같이 가자.”

논에서 튀어나오는 개구리들처럼 운동장 주변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흩어지는 아이들…….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도 않고 뛰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니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 얼른 뛰어가서 아이들을 붙잡을 수 있는 체력이 안 되다 보니 그저 한숨만 토할 뿐이다. 아이들과 함께 교문에 이르면 교문주차장은 시간에 따라 많은 학원차량과 학부모의 차량이 데리고 갈 아이들을 맞이한다. 데려갈 차가 아이들의 시선을 붙잡을 때 꼬맹이들의 맘은 어서 뛰어가고 싶어서 작은 발들이 빛의 속도를 내며 바빠지기 시작한다.

 


 4월 달 초순이 되니 초등학교 교정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짧은 시간을 두고 화려하게 피어있는 벚꽃들...... 꽃비가 내리기 전에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다. 학원차를 기다리는 동안 귀여운 1학년 남자아이도 아름다운 벚꽃을 보며 몇 초 동안 감상에 젖는다. 벚꽃을 보는 아이의 눈빛이 초롱초롱 별빛으로 빛나기 시작하더니 아이는 신비스러운 벚꽃을 바라보며 이렇게 표현한다.

“저것 봐요. 벚꽃이 팝콘 같아요.”

여느 아이들처럼 “예뻐요. 좋아요”와 같이 단순한 표현이 아닌, 여덟 살짜리 아이다운 비유적인 표현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벚꽃을 바라보는 아이의 생각에는 맛있는 팝콘이 생각난 게 분명하다.

 


 학교에서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소리는 봄에 나무 가지에 새 순이 돋아나는 소리와도 같다. 현실 적으로 시골 마을은 아이들의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는 암울한 곳으로 변했다. 시끌벅적 아이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초등학교 자원봉사는 이런 점에서 내게는 보람이 되고 행복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 아이들이 주는 순수함을 통해 세속에 시달린 마음이 정화되는듯하다. 다음세대를 이어갈 아이들의 미래를 소중히 여기며 잘 자라기를 두 손을 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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