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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태소 Apr 13. 2023

시작은 사소할 수밖에

3月,  유지혜의 『쉬운 천국』을 읽고


  유지혜 작가는 패티 스미스의 콘서트를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콘서트 표를 예매하고, 그 길로 미국행 비행기표까지 끊어서 바다 건너 먼 길을 떠난다. 그렇게 떠난 미국에서 그토록 염원하던 콘서트를 보고, 사람들과 만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다시 유럽으로 떠난다. 그곳에서도 작가는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은커녕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 지인의 집을 전전하며 짜릿한 모험을 이어간다. 


  그녀의 모험 이야기를 읽으며 과연 나라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이어졌다. 아무리 시작이 쉬운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 시작이 멀고 낯선 땅으로 향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녀의 여정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글 주제가 ‘시작’이니만큼 나의 ‘시작’들을 들여다보았다. 가장 최근에 새로 시작하게 된 일은, 3년 전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2개월 정도 즐겁게 해보자고 시작했던 일이 눈덩이를 굴리듯 커지고 커져서 어느덧 3년이란 시간 후에는 커다랗고 멋진 눈사람이 되어 내 앞에 등장했다. 우리의 시작들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그 시작점에는 분명 사소하지만 기대에 찬 눈을 한 우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번 만나볼까? 했던 만남이 한번 더, 한번 더 이어져 깊은 관계가 되기도 하고 한번 가볼까? 했던 마음으로 첫발을 내딛은 곳이 나의 모교가 되기도 하고 일단 해보고 생각하자 했던 일이 쌓이고 쌓여 아늑한 언덕이 되기도 했다. 우리 모두에게 찾아올 ‘패티 스미스의 콘서트’ 같은 멋진 ‘시작’들이 하나둘 쌓이길 바란다. 때로는 겁이 나기도 하고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 ‘시작’의  끝에서 각자의 ‘쉬운 천국’을 마주했으면 한다.



by.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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