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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태소 Jun 08. 2023

숨의 무게

5月, 『숨 쉬는 소설』을 읽고

  이번에 내가 읽기로 결심한 것은 다시 지구를 숨 쉬게 한다는 의미의 <숨 쉬는 소설>이라는 제목의 단편집이다. 그런데 소설을 읽다 보면 인간의 ‘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너무도 당연히 누려왔기에 그것이 잘못되었거나 과분함을, 되돌아 보고야 아는 것이다.


“인간들은 자연스럽게 용서라는 말을 떠올리고 나서야 지구와 그들의 관계를 되짚어 보았다. 당연한 기대. 당연한 믿음.”

-조시현 <어스>


  인간이 숨을 쉴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호흡을 통해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공기 중으로 배출하고 있다는 건데, 어떻게 인류 출현 400만 년 이후인 지금까지 지구가 뜨겁다 못해 불타버리지 않고 존속할 수 있을까? 그것의 해답은 우리 인간도 지구 생태계의 일부라는 사실에 있다. 우리가 숨을 쉴 때 배출하는 탄소는 식물의 호흡과 순환하며 지구가 가진 탄소의 절대량에는 거의 미미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문명의 발달과 함께 화석 연료를 엄청나게 사용하면서 본래 묻혀있던 이산화탄소들이 갑작스럽게 대기로 노출되면서 생긴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이기적인 ‘숨’의 파장에 대해 소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유해 물질을 모른 척하고 파는 장난감 회사, 파괴된 북극, 플라스틱 섬, 반려동물의 죽음, 신체 적출물, 인간이 먹이가 된 세계, 인간이 유해함을 공증받은 사회, 조개껍데기가 전하는 이야기.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바로 그것이다. 인간들은 “나쁜 것을 나누며 먹고사는” 존재라는 것. 지금까지는 모른 척 넘어갈 수 있었지만 더 이상은 그러기 어렵다는 점. 우리의 찬란한 문명의 현재는 파괴의 이미지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이 소설들의 목적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가장 와닿았던 것은 플라스틱 섬에서 살아남은 조이의 이야기였다.


“수진에게 조이의 이야기는 해피 엔딩이었다. 주인공이 플라스틱 섬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이야기였다. 조이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되면 해피 엔딩은 곧바로 새드 엔딩이 될 것이다. 죽음이라는 단 하나의 사건이 개입했을 뿐인데 기쁨이 슬픔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김중혁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


  조이의 결말이 앞선 기적적 생존을 죽음으로 가는 여로로 만든 것처럼, 우리가 인류를 칭송하게 만든 화려한 문명들은 그 자신의 결말 때문에 멸망으로 가는 긴 여정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인간에게는 허락된 건 정말 ‘숨’이었던 것 아닐까. 우리가 멋대로 우리의 숨의 영역을 확장해 버렸고, 그래서 지구의 숨을 막은 것이다.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오만하게도 잊고서.

  책을 덮은 뒤, 우리는 어떤 결말을 받아들이게 될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의 숨은 다시 지구의 포용 아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상할 정도로 추운 5월의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한 번 푹 내쉬게 되는 마음이다.



by. pp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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