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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태소 Jun 08. 2023

그들의 얼굴

5月, 이슬아의 『날씨와 얼굴』을 읽고

  우리는 대화를 한다. 대화를 하면서 상대의 굴러가는 눈동자를 보고 움직이는 입을 보고 파도치는 눈썹을 본다.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을 본다. 표정을 보고 상대의 아픔과 행복과 고민을 함께 겪는다. 표정이 있기에 우리는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하고 ‘인권’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왜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기 어려운 걸까? 물고기에게 표정이 있다면, 우리가 물고기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을까? 나무와 꽃에 표정이 있다면, 우리는 나무를 베어내고 꽃을 꺾어내지 않았을까? 어쩌면, 무자비한 환경 파괴의 시작은 공감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작은 상상을 해본다.

  ‘날씨와 얼굴’이라는 책 제목을 자꾸만 까먹었다. 매번 ‘날싸와… 무언가’라고 적었다. 왜 얼굴이었을까 라는 고민을 잔잔하게 해보다가, 자연의 ‘얼굴’이 실마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본다. 집 앞 작은 나무의 ‘얼굴’, 학교 가는 길 담장에 핀 장미 송이들의 ‘얼굴’, 아마존을 가득 채우고 있었을 크고 든든한 그 많던 나무들의 ‘얼굴’ 그런 ‘얼굴’들과 ‘표정’들을 상상해 본다. 우리가 보지 못했을, 인간의 손에 고통 속에서 사라져갔을 동물들의 ‘얼굴’들도 떠올려본다. 자신이 살던 곳을 잃어가던 북극곰, 바다를 떠다니던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꽂힌 바다거북, 인간이 놓아둔 덫에 다리를 잃은 작은 동물들… 어쩌면 ‘지구’의 ‘얼굴’이 ‘날씨’인가보다. 벌써부터 화가 난 듯한 여름의 무자비한 더위가 예측되는데, 이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지구의 ‘얼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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