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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태소 Sep 13. 2023

도둑맞은 꿈

8月,  홍민지 『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를 읽고

  새학기가 시작되면 담임선생님께서 한 장의 종이를 나눠주신다. 이름부터 가족관계, 취미, 사교육 정도까지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적어야 한다. 취미칸은 언제나 고심된다. 적당히 유치하지 않고, 적당히 소박한 것이어야 한다. 결국은 독서다. 진로칸은 더 고민이다. 대체 난 누군가. 한 시간여의 시간 동안 치열히 생각해보지만 결론이 나지 않는다. 희망하는 학과와도 일치해야 하고, 대중적인 인식이 나쁘지 않은 직업. 그래서 내 진로는 매년 바뀌어갔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기자. 진로는 더욱 구체적이여야 한다는 조언에 따라 1년 뒤에는 사회부 기자였다. 3학년 때는 미컴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국문과를 택하고자 한국어교사였다. 나는 평생을 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한국어교사를 꿈꾸는 국문과 지원자가 되었다. 대학에 입학해서 교지편집위원회에 지원할 때는 다시 기자를 꿈꿨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난 세상에 그리 관심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꿈이 없어졌다.  


  세상은 내게 12년 간 꿈을 물었는데 성인이 된 순간부터 내 꿈은 누구의 관심대상도 아니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자 꿈까지 새로 만들었는데 어느 교수님도 내게 꿈을 묻지 않는다. 모두가 생활기록부의 진로를 믿지 않는다. 성적에 맞춰 꿈을 조작하는 사회.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이를 개선할 능력이 내겐 없다. 사회를 바꾸지 못한다면, 그 사회에 순응해야 한다. 그리고 그깟 꿈 하나 없다고 큰 문제는 없다. 꿈은 목표의 유의어지, 대체어가 아니니까. 인생의 목표는 중요하다. 그것이 굳이 직업으로 구체화되지 않아도 된다. 다정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 친절한 사람, 착한 사람 모두 가능하다. 난 꿈은 없어도 목표는 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예전부터 그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은 곧 실패가능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한 번 정도는 무너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돈에 있다. 그리고 남을 도울 수 있는 능력도 자본에 있다.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 나와 같은 무도 키즈들에게는 너무나도 유명한 그 말. 박명수의 어록이라 일컬어지는 문장이다. 그만큼 그의 말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난 앉아있기 보단 누워있다.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펴고 펜을 꺼내들면 매초마다 침대에 눕고 싶다. 집에 혼자 있을 땐 아침, 점심 모두 먹지 않는다. 밥을 차리고 또 그것을 치우는 것이 너무나도 귀찮다. 이후 가족들이 하나 둘 귀가하면 함께 저녁을 먹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순 없다. 스스로를, 혹은 한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 오늘도 억지로 일어난다. 어제 엄마와 아빠가 이야기하는 것을 몰래 엿들었다. 엄마는 간이랑 쓸개를 빼놓지 않고서 어떻게 일을 하냐고 말했다. 나는 이들로부터 절약정신을 배웠고 갓생 유전자를 몸속에 새겼다. 출국일이 3일 남았지만 난 저번 주 토익시험을 치르고 왔다. 귀국 후에는 바로 인턴을 준비할 예정이다. 꿈은 없지만 나태하지는 않으려 노력 중이다. 


  오늘도 많은 친구들이 꿈을 이루려 노력 중이다. 그들의 꿈은 진짜일까.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은 자식, 친구들에게 직업을 소개할 때 적당히 동경을 살 수 있는 직업. 여러 요소가 섞여 있겠지만 어릴 적부터 꿈꿔온 순수함만이 진정한 꿈의 판단 기준은 않을 터이다. 꿈이 없어 방황하고 있는 이들도 그 방황의 과정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기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이들은 지치지 않고 결국은 승리하길 응원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



by.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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