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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태소 Apr 14. 2024

그래도 사랑으로

사랑에 대하여 4 :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자기 앞의 생은 프랑스 창녀촌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을 키우는 유태인 로자 아줌마, 그녀의 손에서 자란 가장 오래 함께한 아이 모모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로자는 유태인으로 고통받았던 기억을 가지고 여전히 두려움에 빠지곤 하는 어른이다. 낡은 7층 아파트 맨 꼭대기 층에서 맡겨지는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로자에게 모모는 특별한 아이이다. 모모에게도 로자 아주머니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랑의 대상이다. 모모는 창녀인 어머니와 어머니를 죽여버린 정신병자 아버지에게서 떨어져 로자 아줌마에게 맡겨졌다. 모모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하기에 아파서 점점 정신을 잃어가는 로자 아줌마를 끝까지 사랑의 눈으로 바라본다. 아픈 로자 아줌마가 병원에서 연명하는 삶을 싫어했기에 모모는 둘을 돕던 이들에게 로자 아줌마가 이스라엘로 떠났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는 로자 아줌마가 “무서울 때 숨는 곳”이던 지하실에 데려간다. 그곳에서 로자 아주머니는 숨을 거두고 모모는 그 곁에서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향수를 계속 뿌려주고 화장을 해주고 그 옆에서 잠을 잔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상태가 된 로자 아줌마를 계속 칠하고 꾸며준다. “그녀는 이제 숨을 쉬지 않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숨을 쉬지 않아도 그녀를 사랑했으니까. 나는 그녀 곁에 펴놓은 매트에 내 우산 아르튀르와 함께 누웠다. 그리고 아주 죽어버리도록 더 아프려고 애썼다.” 시간은 흘러 로자 아줌마의 몸뚱이가 어느 곳 하나 성한 데 없이 썩어갔고, 그 냄새는 퍼져 나가 결국 사람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온다. 이후 모모는 시골 별장에 가 이전에 따뜻함을 느끼게 해 주었던 나딘 아줌마와 라몽 의사 아저씨와 함께 지내며 살아가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에 모모가 말한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계속 그녀가 그리울 것이다.” 하지만, 모모에게는 함께 있자고 조르는 나딘 아주머니의 아이들이 있고 세상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나딘 아줌마가 있고,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아주는 라몽 의사 아저씨가 있다. 그래서 주인공은 “사랑해야 한다.”라고 외칠 수 있다.


소설 속에서는 다양한 소외된 사람들이 나온다. 그러나 그들은 삶의 고통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붙잡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모모는 그 속에서도 남다른 특별한 아이이다. 모모는 로자 아주머니를 사랑하는 힘을 삶의 동력으로 삼는다. 그리고 아마 로자 아주머니의 죽음 전에는 자신이 그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으리라 판단된다. 그러나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하밀 할아버지의 대답을 이해하게 되면서 로자 아주머니를 사랑하고, 그에게 사랑받던 기억으로 앞으로의 삶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사랑하는 삶은 항상 완벽하거나 달콤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필요로 한다. 저마다 다른 형태로 삶을 살아나가면서 우리 앞의 생을 감당하고 나아갈 수 있다. 어쩌면 모모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해 봤기에 새로운 사랑을 하는 것에도 두려움이 없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사랑해야 한다”라고 외쳤을지 모른다. 또한, 모모에게는 모모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랑과 관심이 모모를 성장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고 믿는다. 따뜻한 사랑의 경험은 그게 소멸되더라도 가슴에 남아 존재한다. 그리울 수는 있겠지만 아프진 않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정말로 그렇게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


그래서 나는 감히 오늘도 사랑의 힘을 기대해 본다. 사랑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모모가 그랬듯 우리도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고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다 보면 훌쩍 성장해 있는 서로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이 말하는 사랑이 비단 “모모”의 생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by.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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