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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태소 Jun 27. 2024

사랑하는 힘

사랑에 대하여 5 : 마무리하며

<사랑에 대하여>를 테마로 두고 새로운 기수를 모집하자고 했을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글을 쓰게 되었다. 사랑에 대한 의문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타인의 빛나는 점을 훔치는 걸 좋아한다. 물론 당연히 훔쳐지진 않는다. 그러나 그 반짝이는 점을 닮기 위해 눈과 기억에 가득 담는다. 그 과정을 사랑을 통해서 한 번 더 체험하고 싶었다. 어떤 대상을 통해 사랑을 알아가는지,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자기만의 세상을 사랑이라는 무형의 단어에 담아 계속 찾아가려는 모습을 보며 꽤나 행복했다. 형태소를 통해 사랑을 떠올리고, 각자의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지켜보며 배우기도 했다. 위로받기도 했고 때론 생각하지 못했던 타인의 세계에 푹 빠져 감탄했다. 그 모든 과정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보람이 되었다.

그렇게 다른 사랑의 형태들을 구경하고, 나는 내 사랑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사람마다 그 사람을 표현할 수 있는 아주 큰 단어가 한 개씩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쾌활하다, 무던하다, 예리하다 와 같이 말이다. 물론 그 사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무수히 많겠지만, 그 사람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단어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미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나는 형태소 구성원 중 한 사람인 은빈이가 스쳐 가듯 말해준 “온정적(溫情的)”인 사람이라 판단된다. 나도 모르겠던 나를 알게 해 준 우리 은빈이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그럼 나에게 사람을 정말 사랑하냐고, 사랑이 전부일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1초 안에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은 없다. 나도 분명 사랑을 의심하고, 사랑을 거짓이라 믿고, 사람을 싫어했던 때가 있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도대체 모르겠을 때가 있었다.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아파봤기 때문에 사랑을 믿을 수 없었다. 근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최악을 경험하고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진 이후, 그 마음을 다시 꿰매고 이어 붙인 것 역시 사랑이었다. 형태소 프로젝트를 통해 그 과정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초반에는 책을 읽고 사랑을 통한 회복성을 논했다.

“부디 그 회복의 과정을 딛고 또 다른 마음으로 힘껏 사랑할 수 있길 바란다.” -1차시 글

“사랑이 더 큰 사랑으로, 잔잔한 회복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2차시 글

그리고는 회복하며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나를 인정하고 바라볼 수 있어야 진짜 ‘내’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내 사랑은 “내” 사랑이기에 빛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랑은 나를 나로 받아들이면서 나를 나로 바라보는 사람 곁에서 견고해진다.” -3차시 글

마지막에는 사랑의 존재를 인정하며,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도 사랑이고 일어서게 하는 것도 사랑이니 회복하고, 다시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하며 “함께” 살아가는 게 삶인 것 같다는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다 보면 훌쩍 성장해 있는 서로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4차시 글

사랑을 의심하던 순간들, 사랑으로 인한 상처로 바닥을 경험하던 시절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상처가 많이 나았으리라, 기억을 잊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크나큰 오만이었다는 듯이 기억들은 불현듯 나를 찾아와 주저앉혔다. 여태 쌓아온 마음들이 무색하게 나를 더 깊은 곳으로 끌어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순간들을 덜 아프게 기억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늘 함께해 주던,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니 아주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다. 사실, 그 과정 과정마다 내가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진 못했었다. 되게 많이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에 이전의 기억들이 몰아닥치면 의식하지도 못한 채로 떨어지는 눈물에 아직도 한참 멀었다고 생각하기만 했다. 그렇지만, 돌아보니 그 순간에도 분명 나는 회복하고 있었다. 불행한 꿈을 꾸는 빈도가 줄었고, 웃으며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는 순간들이 늘었고, 눈물을 흘리는 횟수가 줄었다. 모든 것들이 내 잘못이라 말하지도 않게 되었다. 더 이상 줄 것도 없이 텅텅 비어 채워지지 않은 내 마음에서 상처가 더 깊어지는 것도 모른 채 빈 공간 바닥의 사랑을 긁어 남에게 주는 일도 이제 더는 하지 않았다. 가득 채운 건강한 마음으로 내 사랑을 전달했다. 그렇게 하니 더 많은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랑을 통해 행복해하는 것을 보며 평온함을 느꼈다. 이전의 기억을 돌아보며 아파하기보단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을 채우기에 바빴고, 점점 더 좋은 기억들이 생겼다.

완전히 극복하진 못했다. 여전히 아프다. 사랑을 계속 의심하고 있다. 아직도 사랑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나를 다시 망가뜨려도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채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스스로 믿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만 같아 불안하던 순간들이 이젠 불안하지 않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을 정말 기다려왔는데 이제야 말할 수 있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사랑해 준 내 사람들을 계속 떠올리며 글을 썼다. 사랑하는 내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고마움을 전한다. 함께 울고 웃어주는 그 애정 어린 눈이, 다 괜찮다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내가 생각났다고, 사랑한다, 보고 싶다고 말하는 입이, 언제든지 몇 번이고 들어주는 귀가 결국 나를 다시 살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랑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랑은 나의 힘이다. 사랑을 전하길 두려워하지 않겠다. 이전처럼 사랑을 나누고 사랑하며 살겠다.

by.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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