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또 고민

둘이서 두 시간?

by 박솔

인근 도서관에서 요즘 유행하는 판타지 소설 작가의 강연회가 있다. 드디오 바로 오늘 저녁.


기회가 딱 좋다고 생각했는데 딱 맞춰서 남편의 지방 출장이 잡혔다.


고로 내가 강연회에 간다면 집에는 만 5, 7세 두 아이만 남게 된다는 이야기.


물론 첫째는 초등학교 1학년이니 괜찮을 수도 있지만....이 라고 하기엔 이 글을 쓰면서도 '어리네' 라는 생각이 든다. 첫째도 그러니 둘째는 뭐 말 다 한 것이지.


그런데 문득 내가 왜 이 강연회에 가고 싶었나를 떠올려 보았다.


그러게. 나는 왜? 나는 왜 갑자기 읽지도 않은 소설의 원작자를 만나고 싶은 걸까? 만약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아니고, 배달을 하면서도 소설을 완성한 사연 있는 작가의 책이 아니더라도 내가 그 강연회에 가고 싶었을까?


갑자기 본질적인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은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어서이다. 하하. 낯짝도 두껍다.


이 소설에 대해 궁금한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사실 궁금하기도 하다) 그보다는 베스트셀러 작가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 원천, 어떻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지, 글을 어떻게 쓰는지-그래서 어떻게 베스트셀러를 쓰게 되었는지.... 결국 어떻게 하면 나도 당신처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책도 내고 이렇게 강연도 다닐 수 있는지 알려주시오!!!!


이것이 내가 어린 두 아이를 집에 두고 강연회를 가볼까 한 본심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를 만나 노하우 또는 글쓰기 자극을 받아 나도 그처럼 이름만 대면 모두 알만한 그래서 돈과 명예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작가가 되었으면, 아주 빨리 그렇게 되었으면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곳에 가서 얼른 노하우를 얻어서 나한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한 마디로 나는 콩고물이 떨어지기를 바랐던 것이다.


어리석게도.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들어갔다가 '황보름'작가의 신작 에세이 '단순 생활자'를 미리보기로 조금 보았다. 그리고 든 생각은... 역시 쉽게 되어지는 것은 없다. 그렇게 쉽게 내가 원하는 결과가 오는 것이 아니다. 김치도 익어야 맛이 나듯 작품을 만들 때는 숙성할 시간이 필요하구나 싶다.


보상에 눈이 멀어 결과만 좇는다면 결코 끝이 좋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동안 어떻게든 뒤쳐진 것을 빨리 만회하여 그럴 듯한 모습이 되었으면 하면서 남들 보기 그럴듯한 결과만을 바라왔던 것 같다. 그리고 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현실에 또 괴로워하며. 그렇게 쓸 데 없는 데에 에너지를 썼다. 읽고 쓰기 훈련과 노력, 시간은 덜 쏟으면서.


결과만을 바라며 요행을 바라왔던 것 같다. 뒤쳐졌다. 빨리 이뤄야한다. 이런 조급함에 밀려서.


정직.


그냥 정직하게. 정도를 걷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임을. 숱하게 괴로워하고 고민하고 열망하고 부러워하고 나서 이제야 깨닫는다. 특별한 방법이란 없다는 것을.


읽고 쓰기를 그저 즐기면서 계속해나가는 것. 그것만이 전부라는 것을.


그동안은 육아다 일이다 뭐다 플러스 빨리 성공하고 싶다, 책 내서 나도 직장 한 번 때려치워보자 하는 웃기는 생각의 욕심으로 제대로 책 한 권을 진득히 읽기도 어려웠고, 즐기지도 못했다. 물론 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내 감정, 내 생각을 적는데 왜 이렇게 어렵지? 왜 이렇게 말이 안나오지? 원래 그렇게 못 쓰지 않았는데...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정말이지 할 말이 정말 없고 써 지지가 않았었다.


지금은 조급함이 많이 내려갔다. 어째서 내려갔는지는 잘 모르겠고 아직도 '비움'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은 내려놓음이 나에게 도움이 되기를... 금방 성공하려고 하기 보다는 멀리 보고 길게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에세이든 동화든 천천히. 꾸준히. 나아갈 것.


p.s. 그래서 오늘 강연회는 어쩔거니?


-BGM 가을밤에 든 생각 by 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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