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여신상 오른손에는?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인다

by 박솔

20대 대학교 시절 대학생 배낭여행이 큰 인기를 끌었었다. 나는 경제적 여건+두려움에 당시에는 한국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작은 용기와 외국에 나가 큰 세상을 보고 와야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해외여행을 시작했다. 당시 다양한 여행사 상품이 있었는데 중.고등학교 수학여행 같은 패키지 여행은 가기 싫고 그렇다고 배낭여행할 그릇은 되지 않아서 그 중간쯤에 있는 '호텔팩'이라는 나름 합리적인 상품을 신청했다.


호텔팩은 여행사 인솔자가 공항부터 해당 도시 호텔까지 데려다주고 해당 도시 관광지는 자유롭게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호텔 예약이나 나라나 도시 이용시 필요한 티켓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는 첫 해외 여행을 당시 유행했던 '자신만만 서유럽 5개국 호텔팩' 으로 정해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인솔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했다. 15일 동안 5개국을 도는 기가 차는 일정을 소화하면서 이게 무슨 여행인가 싶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여행은 그렇게 대충 보고 그저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제대로 보고 느끼는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그 여행으로 해외여행에 대한 용기가 생긴 것은 맞다.


가까운 아시아 국가도 다녀오고, 유럽도 다시 다녀왔는데 미국을 한 번 꼭 가보고 싶다.


어제는 일곱 살 딸에게 엄마는 미국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하면서 뉴욕 풍경 사진을 보여주었다. 보여주다 자유의 여신상이 나왔다. 딸은 이거 자기도 안다며 반가워했다. 자유의 여신상을 안다는 말에 나 역시 반가웠다. 어떻게 아냐는 말에 책에서 봤다고 해서 엄마를 또 기쁘게 했다. '요 똘똘이'. 한글은 아직 다 모르지만 똑똑이가 분명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유의 여신상 손에 들려진 것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왼손에는 책이란다. 그래, 독립선언서니까 큰 의미에서 책... 정답. 그럼 오른손에 든 것은? 아이의 표정이 무척 당당하다. 그래 이것도 쉬우니까.


"오른손에 있는 건 뭐야?"


"응, 아이스크림. 콘!"


아이스크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었는지 아이스크림콘이란다. 아이고야. 역시 엄마의 착각이란.


'아이스크림 러버'인 딸에게는 횃불이 딱 보기 좋은 아이스크림으로 보였나보다. 책 속 글을 읽을 줄 모르니 자유롭게 생각한거지 뭐. 자유의 여신상 맞네. 아이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역시 뭐든 아는 만큼 보이는 게 맞나보다.


아이에게 이건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불'이라고 하니 자기도 깔깔 웃는다.


그래, 이건 우리가 미국 여행을 가지 않아서야. 우리가 뉴욕 여행에 가서 직접 보고 다니면 이럴 일이 없지. 어쩔 수 없이 뉴욕을 갈 수 밖에 없겠다. 미국 여행에 대한 명분이 생겼다(?). 그게 언제일런지 모르지만.


아쉽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갈 일도, 갈 상황도 생기지 않을 것이니 최근 자주 가는 카페에서 본 사진 전시회에 다녀와볼까 한다.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뉴욕 여행에 관한 사진전이 있다고 한다. 일단 가까운 뉴욕 여행을 시작해야겠다. 사진전 다녀오면 뉴욕 다녀온 기분이 든다고 하니 말이다.


참여행은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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