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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Jul 08. 2023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병상일기 7

사진, 로미지안에서 담다

오랫동안 벗(?)을 삼거나 무시하면서 살아온 대가는 참으로 엄청났다.

날마다 두 차례씩 꽂아 두는 침과 통증 부위에 약을 넣는 침을 맞아야 했다.

15분에서 20분 정도 꽂아두는 침은 잠깐 따끔하는 정도이나 약침은 약이 들어가는 동안은 물론이고 어떤 약은 한참 동안 뻐근하고 시큰하고 열이 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다른 환자들의 경험을 들어보니 양의학에서는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데 어떤 이는 부작용이 심해 다른 증상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연예인들 가운데서도 옛 모습을 잃을 정도로 부작용을 심하여 고생하는 이도 있단다.

다행히도 내가 맞은 약은 천연이라 부작용은 없지만 맞는 동안은 엄청 아프다.

담당 교수는 웬만한 증상에는 약하게 쓰는데 나는 워낙 묵힌 고질병이라 좀 세게 처방을 하고는 한참 동안 아플 걸 아는지 내게 묻는다.


"물리치료실에서 핫팩 찜질은 몇 분 정도 하는가요?"


"15분인가, 20분 정도 하는 걸로 알아요."


"오늘은 바로 물리치료실로 가셔서 30분 해달라고 하세요."


"네, 고맙습니다~"


치료 부위에 찜질을 하여 약이 빨리 풀어지게 하여 통증을 줄도록 처방을 하는 것이었다.

물리치료실에 가서 담당 교수가 일러준 대로,

"안녕하세요~ 오늘은 '핫팩 찜질을 30분 해달라' 말씀드리라 하시던데요." 했더니, 젊은 물리치료사는 시큰둥 퉁명스럽게,

"다들 그렇게 해달라고 하세요." 대답한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처방임을 강조했다.

"아, 제가 원하는 게 아니라 교수님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라 해서요."

'아, 그래요?' 대답이 나올 거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20분 지나면 식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 예...!"




다음 날 오전, 자주 내린 처방이 아니었는지 담당 교수가 묻는다.


"어제, 찜질 30분 받으셨어요?"


"다들 그렇게 원하신다고 하시던 걸요?"


교수는 눈을 찡그리듯 더 크게 뜨면서,


"...? 이건 치료에 따른 처방이니 다음에 뭐라고 하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아니 오늘은 제가 바로 Order를 내릴 테니 가서 30분 받으세요."


"네."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자 어제 시큰둥하게 대답했던 물리치료사가 인사를 하는 내게 자신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듯 대뜸,


"시간은 그다지 의미가 없어요."


"아, 예...!"




머리가 할 일을 팔이나 다리가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팔이나 다리가 할 일을 머리가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머리가 팔다리를 시기하거나 무시해 버리면 머리까지 쓸모없어지고, 팔다리가 머리를 무시하고 시기하면 팔다리까지 쓸모없어지리라.


회사든 병원이든 조직의 각 부서는 인간의 마음이나 몸과 다름없다. 마음이나 몸 어느 한 곳이 탈이나거나 삐걱거리면 병이 들듯, 다른 부서가 하는 일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병든 조직이고 건강한 조직이라 할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발전도 안 될 것이다.


환자의 처방을 두고 보이지 않는 기싸움(?) 하는 듯 느껴지니까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이 슬그머니 올라오고 이런저런 생각이 푸드덕 거린다. 

몇십 년은 된 듯 낡은 병원 건물과 입원실의 오래된 물품들까지 떠오르면서 괜히 병원의 미래를 걱정하는,

괜한 오지랖을 떨어 본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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