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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

詩 일기

by 버폐

정신 차려!

오상욱 작가님의 작품

씽크대 개수대를 닦는다

배수구를 닦는다

냄새나지 말라고

덮은 몇 겹의 뚜껑을 하나

하나 꺼내서 이빨 못 닦는

칫솔로 닦는다

구멍 뚫린 스텐 거름망을 꺼낸다

온갖 찌꺼기가 빠져나가면서

남긴 시커머죽죽한 흔적들

칫솔모에 벗겨진다

차갑고도 덤덤한 빛깔을 찾은 스텐 거름망

그 아래 세 개의 챙을 가진 모자처럼

배수구 관을 덮고 있는 뚜껑을 꺼낸다

미끄덩,


똑 부러지지 못하고 미적지근 우유부단하게

요 핑계로 조리 빠지고 조 핑계로 요리 빠지고

비겁하게 살아가는 흔적마냥 거기에

미끄덩 허니 들러붙어 있다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빠져나가려 해도

흔적은 말끔히 빠져나갈 수 없는 법이라는 듯

미끄덩하니 들러붙어 남는 법이라는 듯

야금야금 오염 물질을 키우는 법이라는 듯

하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욕망이 이끄는 대로

그럴싸한 논리로 남들이 말하는 대로

흐리멍텅 대충 생각하고 우물쭈물 주춤주춤

그러다 보면 쓸모 있는 사람은커녕

부림 당하고 이용만 당하다가 가는 거지

정신 차려,

아직 다 문드러지지는 않았다면

한 줌 서릿발 남아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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