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일기
은행나무집 김 씨 노인
주렁주렁 매달린 가난 벗어나보겠다고
아비 품 떠나 뿔뿔이 흩어진 오 남매
어드메서 밥벌이는 지대루 하는지
어찌 사는지 한 번 가 보덜 못혔어도
시상 살이 밥벌이 을매나 고생시러울까
자식들 생각하면 추워도 참아야지 아암-
가을볕에 고추 말리려고 지은 작은 비닐집
봄볕 따땃할 때면 미적지근도 않은 방 보다
훨씬 따사로워 등 허리 데우며 까무룩 졸다가
무시로 외로움과 안부도 말리던 김 씨 노인
시월 바람이 떨군 은행잎 마당에 흩날려
쌓여갈 때 빗자루질도 버거워 나무 둥치
뭉텅 잘라버리려 마을 이장한테 부탁했는디
아뿔싸, 안방에서 저승사자 기웃댄다
늦은 밤 아들 불러준 이웃사촌 덕으로
아들 차 타고 요양 병원 와 서류 쓰고
요양원서 하룻밤 자고 아침밥도 먹기 전
저승사자 따라가다 뒤돌아 보니 꿈만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