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멋스러운 날!

오늘

by 버폐

안개, 멋스러운 날...!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 하네

우뚝한 푸른 산 티 없이 맑은 하늘을 볼 때면

노래로 만든 나옹 선사의 게송이 생각나

한 자락 길게 뽑아내다가 문득,


- 살라하긴? 살라고 그러는 것만 같은 거지.

- 그저, 마음이 일으킨 생각일 뿐인 거지.

- 돌아서면 잊고 마는, 까맣게 잊고 말 거면서...,

- 꽃망울 터지고 벌나비 휘~ 날 때는 또 다른 생각 또 다른 말을 할 거면서..., '

라는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덥석덥석 물어댄다.


청산이나 창공은 늘 제 할 일 할 뿐이고,

그러할 뿐을 따라 이러쿵저러쿵 내키는 대로

한 생각 일어나고 한 생각 사라질 뿐이라고.

욕망의 꼭두각시 코 귀 혀 몸 앎이란 한낱

앞에 보이고 들리고 만나는 대상 따라

휘뚜루마뚜루 일어나는 법이라고.


휘뚜루마뚜루 법전(法典) 또한 널리고 널려

세상은 온통 좋은 글, 죄다 나쁜 말 넘치고

넘쳐나 지리산가리산하다 날 저물고

드러나는 민낯은 추레하기 이를 데 없어도

짐짓 철학자인 양 인생이 어쩌고 저쩌고 할 거라고.


그러다가도 문득, 궁금타.

자못 멋스럽기까지 한 안개 자욱한

오늘 같은 날은 뭐라고 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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