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고, 다를 뿐!

산골 일기

by 버폐

다르다, 다를 뿐...!


면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강의를 듣기 위해 시간 맞춰, 아니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갔다.

강의하기로 한 분이 조금 늦는다고 한다.

나처럼 일찍 와 옆자리에 앉은 이와 인사를 나누며 기다리다 보니 도착. 늦은 까닭을 먼저 이야기하면서 강의 시작하는가 싶더니 먼저 질문을 한다.


"인문학이 무엇인가요?"

그 자리에 있는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견해로 대답을 하고 강사는 친절하게도 부연 설명을 한다. 그리고는 다시 또 "살아온 삶에 대해 짧게 정리해서 말해" 보란다.


수십 수백 명이 모인 자리가 아니더라도 그렇지 짧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몇십 년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라니..., 망망대해를 맞닥뜨린 기분이라는 듯 뜨악하다 싶은 표정으로 (나름 간결하게) 살아온 삶을 정리해서 이야기하였고, 나 또한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서 말했다.


10대는 후회 없는 열정의 삶이었고, 열정의 삶을 산 결과 20대는 우울이어서 어떻게 하면 잘 죽을까를 생각하다가 삶을 포기하는 대신 세상 삶을 포기하는 길을 선택했고 반성(조고각하)하는 삶을 살면서 걱정하고 후회하는 일은 많이 줄었다고.

그러자 강사의 부연 설명이 또 이어졌다. 마치 나의 삶을 다 지켜봤다는 듯 조목조목, 내가 한 말 보다 더 길게 그리고는 아주 간결하게 정리까지 해준다.


'열정의 10대를 보내고 방황의 20대를 보내고 도피로 지금의 삶을 선택했다.'라고.


나는 강사의 말을 들으면서 '정말 그런 건가!'를 곰곰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삶을 대신 이렇게 한 마디로 짧게 정리할 수 있는 걸까!, 그이가 살아온 삶 안에 나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비슷한 삶도 들어 있을까!'


줄여서 하는 말 골라서 쓰는 낱말에 따라 상대방은 다른 관점 다른 뜻으로도 들릴 수 있다. 아무리 같은 상황에서 같은 말을 들었어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다.


사실 우리네 모두는 아는 만큼 생각하고 아는 만큼 말하고 아는 만큼 행동하고 아는 만큼 보고 아는 만큼 듣고 아는 만큼 이해한다.

두리안을 본 적도 맛본 적 없는 사람에게 두리안의 모양과 맛을 잘 아주 잘 설명하면 100% 이해할 수 있을까?

백열전구 켜고 책 읽던 사람이 전구는커녕 등잔불 호롱불 켜고 책 읽던 사람의 삶을 정말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봤다니까.

내가 들었다니까.

내가 느꼈다니까.

그럼 다 아는 걸까?


그이가 들고 온 루이뷔통 가방과 그이가 입고 온 화사한 옷과 신발이 그이의 강의와 자꾸 겹쳐진다.


죽이고 해치고, 훔치고 빼앗고, 성추행 성폭행하고,

욕하고 속이고 이간질하고 거짓말하고, 술과 약에 취하는 건 분명 잘못된 틀린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 저 나라가 다르고, 군() 저 郡 다르고, 이 날 저 날 다르고, 아침저녁 다르고, 이 사람 저 사람 다르고, 남자 여자 다르고, 아이 어른 다르고, 젊은 이 늙은 이 다르고, 이 일 저 일 다르고, 이 생각 저 생각 다르고, 이 마음 저 마음 다르고, 이 견해 저 견해가 다르다. 이런 건 오직 다를 뿐이다.


덕분에 '누군가의 삶을 누군가의 생각을 내 멋대로 해석하고 있진 않을까!'를 돌아보는 날이다.


어제만 해도 영상이었는데 오늘 날씨는 다시 영하다. 보일러를 켜지 않았더니 냉방이다.

참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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