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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Apr 14. 2023

불꽃은 불길로

산골 일기

불꽃은 불길로


"남편이 처음엔 벽에 걸린 액자 몇 개를 바꾸는 걸로 만족하더니 그다음엔 가구를, 그다음은 가스레인지에서 인덕션으로, 거기에 맞추어 찌개냄비 프라이팬 큰 솥 작은 솥 다 바꾸더니 다음엔 방 문짝, 그리고는 이제 타일이랑 식탁을 바꾸자네요. 한두 푼이 아닌 몇 백만 원 나가는 것이라 안 하면 좋겠는데 제 말은 안 들리나 봐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욕망이라는 불꽃이 불길로 번지면 어지간한 힘으로는 꺼트릴 수 없다.

욕망이란,

어느 때 장에 갔는데 장미꽃이 눈에 띄어 한 다발 사들고 집으로 왔다. 그런데 장미꽃을 꽂을 꽃병이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 꽃병을 다. 꽃을 꽂은 꽃병을 둘 만한 식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서 꽃병이 어울릴 식탁을 샀다. 이번엔 식탁과 어울리지 않는 부엌이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 부엌을 뜯어고쳤다. 가만히 보니 부엌과 통하는 거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거실을 뜯어고쳐야 했다. 하아! 그런데 집이 거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집을 고쳐야겠다...,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홀짝홀짝 마시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마음에 드는 대상을 만났다. 만나다 보니 자꾸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만나고 싶고 한 번만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만 온통 인다. 한 번 만나니 두 번 만나고 싶고 두 번 만나니 세 번 네 번 자꾸 만나고 싶고 만나면 손잡고

싶고 손잡으면 껴안고 싶고 껴안으면 입 맞추고 싶고 입 맞추면 함께 자고 싶고..., 


물론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잘못이랄 수는 없지만 사랑이랄 수도 없다. 욕망이 좋아하는 느낌, 욕망이 욕망하는 걸 거듭거듭 쫒고 있음을 사랑이라 착각하고 집착하며 목말라하기 때문이다.


피어오르면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의 불꽃, 돈과 재물을 향해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 연인을 향해 거침없이 활활 타오르는 불꽃, 칭찬 명예를 향해 너울너울 타오르는 불꽃, 권력 권세를 향해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꽃, 욕망에 사로잡혀 타오르는 불꽃은 불길로 번지지만 '그만 두라, 하지 말라'라말은 안 들린다.

거부하고 저항하는 말 짓 몸 짓을 괜히 좋으면서 일부러 아닌 척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힘이 약해 힘이 빠져 저항조차 못하는 걸 자신의 (욕망의) 행위에 동의한다 착각한다.

욕망에 사로잡혀 눈멀고 욕망에 중독되어 저가 가진 모든 것을 잃을 위기가 닥쳐 달콤한 한 방울 꿀을 핥아먹느라 정신없고, 막장 끝까지 가서도 내 탓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한낱 탐욕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올봄, 메밀꽃으로 이름난 동네가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한, 그것도 십수 명이 번갈아가며 성폭행했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떠들썩하게 돌아다니다가 끝내는 중앙 신문 방송에 오르내리는 일이 있었다.

사람이라면, 사람의 마음으로는 할 수 없는 짓을 그들은 탐욕의 꼭두각시, 욕망의 노예를 자처한 뒤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남 탓으로 일관한다는 소식도 들렸다.




나도 태우고 너도 태우고 모두를 태우려 달려드는 불길 꺼트릴 위대한 이!

한번 맛보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마력(魔力) 중독(中毒)이 되고 마비가 된 이성(理性)을 되찾으려 굳센 의지와 당찬 용기를 내는 이!

욕망의 불을 끄는 이, 중독에서 깨어나는 이,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승리자리라.


봄, 남들을 비난하고 흉보기보다는 내 삶을 곰곰 찬찬히 돌아보고 살피는  날이어야겠다.

으이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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