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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May 05. 2023

어린이날은 왜?

나의 거울


어린이날은 왜?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가 자라면 나라의 일꾼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와 관련된 노랫말을 많이 지은 윤석중이 썼고 곡은 윤극영이 지은, 나도 어렸을 때 불렀던 어린이날 노래다.


어린이날이 있기 전에는 어린이라는 낱말이 없었다고 한다. 어린아이를 가리키는 말은 그저 '애기, 애새끼, 어린것, 아이들, 애, 애들, 사내아이, 계집애'로 불렀단다. 하긴 나 어렸을 때도 어린이라는 말은 책에만 있었고 마을이나 집에서는 위와 같은 말들로 불렸다.


어린이날 유래를 찾아보니, 1919년에 3.1 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일깨워 주고자 진주를 시작으로 각 지역에 소년회가 창설되기 시작. 일본의 도요 대학교 아동 미술과에 입학한 방정환은 아이들이 사회에서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에 눈을 뜨고 1921년 김기전, 이정호 등과 함께 ‘천도교소년회’를 조직하여 본격으로 소년운동을 펼쳤다. 그러고는 아이를 인격을 가진 한 사람의 독립된 사회 구성원으로 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어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고 한다.


하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내가 경험한 다른 나라 어린이들은 그저 어른의 축소판일 뿐이다. 나 또한 그랬다. 어른들이 하는 일을 돕는 정도가 아니라 '내 몫'을 해야 했다. 기저귀 찬 젖먹이 때와 같이 아주 어릴 때가 지나면 집안의 크고 작은 일에 알아서든 시켜서든 끼어들어야 했다. 모심기를 할 때 못줄이라도 잡아야 했고 묶음모를 날라야 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지만 후진국에서는 아직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조금만 크면 곧바로 집안의 농사일을 거나 소를 키워야 하고, 아니면 도시로 나가 식당이나 공장에 들어가 돈을 벌어야 한다.


방정환과 색동회 천도교소년회는, 어린이는 티 없이 맑고 순수하며 마음껏 뛰놀고 걱정 없이 지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조선은 꿈도 꾸지 못할 팍팍하고 잔혹한 현실이었다. 그런 혹한 현실일지라도 어린이들에게 민족 정신과 민족의 꿈을 심어주고자 애를 썼고 끝내는 어린이날이 만들어진 것이다


1923년 5월 1일 색동회(8명) 창립과 함께 어린이날을 공포하고 어린이날 첫 행사를 천도교당에서 크게 열었단다. 첫 번째 어린이날의 구호는 "씩씩하고 참된 소년이 됩시다. 그리고 늘 서로 사랑하며 도와갑시다"였고,

그때 표어는 "희망을 살리자, 내일을 살리자", "잘 살려면 어린이를 위하라."였고 어린이가 미래의 희망임을 강조하였다고 한다.  

어린이날이 만들어지던 때의 어린이 운동가들은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되 늘 부드럽게 하라,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부리지 말자."는 구호를 외쳤으며, 어린이들의 희망 사항 10가지를 담은 '어른에게 드리는 선전문'에는 '이발이나 목욕을 때맞춰해 주세요',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해 주세요', '산보와 소풍을 가끔 시켜주세요' 같은 것도 있었다고 하나 그날의 외침으로 끝낼 때가 많았단다.


오늘날,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100년 전 방정환 선생이 뜻있는 분들과 앞장서 만들었던 어린이날 취지에 맞게 자라고 있는가', 누군가 묻는다면 아직 멀었다고 말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100년 전과는 엄청 달라졌다. 집안의 대소사에 끼지 않는 건 물론이고 아예 끼워주지도 않는다. 왜? 공부하라고.

집안이나 나라 돌아가는 일은 몰라도 된단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유롭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해야 할 공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파김치가 되도록 바빠야 한다.


오늘만이라도 어린이날이 생긴 까닭을 되새겨보는 한편 맘껏 웃고 맘껏 행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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