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다는 건 하나도 안 부러워요
어버이날 편지
"꽃을 다는 건 하나도 안 부러워요."
전화기 너머 어머니의 말씀 속에는, '가슴에 카네이션꽃을 다는 것보다는 아들이든 딸이던 한 끼의 밥이라도 함께 먹고, 잠깐이라도 함께 있고 싶다'는 뜻이 꼭꼭 눌러져 들어있습니다.
숨은 뜻을 알면서도, 한 번도 안 해본 말버릇 살가운 말은 뻥 긋도 안 한 채 그저 빙 빙 에둘러 안부만 여쭙니다.
그나마도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감기 기침이 몇 마디의 흐름을 끊는 데다 '큰아들에게 전화 들어온다'라고 서둘러
끊으시며 '걱정하지 말라~ 폐는 아주 깨끗하단다~ 천식도 약하다'며 몇 마디 덧붙이십니다.
당신께 물려받은 살갑지 않은 이 무뚝뚝함, 살아오면서 많이도 이별한다고 했는데 당신께는 여적입니다.
같은 종자 같은 줄기에서 맺은 감자도 굵기나 크기 모양이 제가끔이듯, 한 핏줄 한 형제임에도 생김이나 성격 성향이 제가끔이라 그러려니 하시겠지요.
그저, 더 아프지만 마시고 더 힘들지만 않으시길 바랍니다. 오래 사시라는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아프고 힘들게 오래 사는 건 형벌이라 하셨고, 저 또한 그렇게 여기기에...!
마당에 심어두었던 카네이션은 겨울을 이기지 못한 모양입니다. 대신, 수수꽃다리가 한창 피고 있고 산에는 병꽃이 한창 피고 있네요. 좀 나아지시면 꽃구경 하러 오셔요~~
어렸을 때는 당신의 사랑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서운해하기도 하였고 원망하기도 했지요.
이제는 알겠습니다.
왜 그랬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그러기에 그저 은혜롭기만 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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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꽃다리 꽃말은 '우애' 병꽃 꽃말은 '전설'이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