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는 일
한동안 쓰지 않는다고 해서
처음 그대로일 수 없지
그렇다고 무상(無常)이라
하고 싶지는 않아
눈에 보이지 않고 띄지 않는
그것까지 헤아려
無常의 마음가짐을
가지라 할 필요는 없지
둘러보는 모든 것들에서
깨달을 일 많지
안 보이는 곳
눈에 탁 띄지 않는 곳
찜찜하고 더러운 곳
찾아내 닦으면서 말이야
구석구석 틈틈마다 닦고
씻어낼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
변기 밑 안 쪽 위
골 패인 깊은 곳이라거나
뒤쪽 물방울 맺혀 틈나면
곰팡이로 피어나는 곳이라던가
타일조각 사이에 낀 때라거나
벽이라거나
세면대 들러붙은 절은 때라거나
수도꼭지 틈새 라거나
이음새에 낀 때라거나...,
하지만 굳이
쓰는 물건이 티 나지 않게
바뀌어 가는 걸 가지고
죽은 세포가 때가 되고 있다고
그렇게 늙어 가고 있다고
그것에서 無常의 진리를
깨치라 할 필요는 없지
보이지 않고 잡을 수 없어도
스멀대는 그것
뒤통수 간지럽고 찜찜하고
답답해 오는 그것
늘 지니고 있으면서
늘 휘두르려 하는 그것
순간순간 대상마다
상황마다 바뀌는 그것
진짜 無常한 그것을 아는 일
알고 난 뒤 바꾸려고 노력하는 일
그게 진짜 닦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