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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May 12. 2023

버릇처럼 빌고 있다고요?

종교 단상


마음을 보고 알아차림 하라는데 뭘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되는지도 모르겠고, 꼭 뭘 해야 할 것만 같아서 힘들었어요.

그동안 익숙한 건 비는(祈禱) 거였거든요. 건강하게 해달라거나 바라는 걸 생각하면서.


아, 그랬구만요. 그렇지만 엄밀히, 분명하게 말하면 붓다는 소원을 들어주는 분이 아니라 길을 알려 주신 분이여. 어떤 길?사람이 사람세상에서 사람에게 써야 할 마음(생각) 말 행동. 한 마디로 하면 사람의 길을.

그러니 초를 켜고 등을 켜고 절을 하면서 건강하게 해달라거나 돈 벌게 해달라거나 하는 건 붓다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알아야 해요.


 년 전부터 절에 인등을 켜고 있는데 잘못된 거네요?


잘못됐다기보다는 우리나라불교문화로 봐야지요.

오래전부터 관습으로 이어온. 그러나 그런 문화가 생겼는지 한 번쯤은 살펴봐야 않겠어요?


옛날 옛날 한 옛날, 왕족도 귀족도 아니고 문자도 모르는 사람들은 해 뜨면 일하고 해지면 자고, 먹고살기 바쁜 일반 백성들에게 불교를 전해 주는 방식은 여섯 자로 된 염불이었죠. '노는 입에 염불이나 라'는 말로.

욕심을 내거나 성을 내지 않게 하는 방법, 오직 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했지요.


암튼, 붓다께서는 "이 길을 갔더니 괴로움이 소멸되었소.  그대들도 이 길을 가보시오."라며 길을 일러주신 분입니다. 

삶 속에 일어나는 괴로움을 없애는 길을 알아냈고, 먼저 갔으며, 다른 이들에게도 적극 알려주셨어요.

훌륭한 의사가 몸이 아픈 사람을 진찰 진단하여 약을 처방하듯.


처방대로 잘 따르면 낫는 거고 안 따르면 낫지 않듯, 붓다는 마음이 아픈(괴로운) 이들을 위해 처방을 하신 것이니 일러 준 길을 가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것이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안 가면 평생 괴로움과 함께 살아야겠지요.  


처방이 뭐예요? 


여덟 가지 바른 길, 불교 말로는 팔정도라고 해요. 바른 앎 요즘 말로 하면 바른 정보가 되겠죠.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가는데 제대로 된 바른 정보를 따르면 헤매지 않고 잘못된 길로 안 가겠죠?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괴로움이 생길 일 후회할 일이 줄어들다가 끝내는 안 생긴다는 거지요.


바른 앎에서 바른 생각을 할 수 있겠지요? 바른 생각을 하고 바른 말과 바른 행동 바른 마음 씀(기운)을 해야 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행동을 하지 않아도 욕심을 부리는지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죠? 마음 씀이 표정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를 많이 했어도 앎이 그르고 생각이 그르면 말과 행동을 그르치는 마음을 쓰게 돼 있습니다.


마음으로 입으로 몸으로 바른 짓을 하도록 바른 노력을 하는데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바른 알아차림이죠.

남이 하는 말과 행동을 옳다 그르다 좋다 싫다 평가 판단해 말하지 말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이런 마음이 올라오는구나!'라고 내가 먼저 알아주는 겁니다.

어떤 상황이나 대상을 보고 욕심이 올라오는지 성냄이 올라오는지 내가 먼저 알아차려 주는 거죠.


여덟 가지 길이라고 하지만 따로따로 있는 게 아니고, 순서대로 하는 게 아니며 순간순간 찰나찰나 작용하는 마음과 몸의 일이기에 사람의 길이라고 하는 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 하는 게 아니고, 몸이 없어도 안 되고 마음이 없어도 안 돼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만 필요한 길입니다.

무인도나 사람이 없는 산속에서 평생을 홀로 살 수 있다면 몰라도 되고 안 가도 돼요. 그러나 부부 부모 자식 형제 친구 동료 이웃 선후배 스승 제자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면 알아야 하지요.

내 마음에서 일어나 꿈틀대는 생각들에 끌려가지 않고 그냥 알아주는 것. 일어나는 느낌들에 끌려가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주는 것. 들리는 보이는 맡는 맛보는 느끼는 것들에 욕심이나 성냄이 들어있나를 살피는 것. 이것이 '알아차림'입니다.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빌게 돼요.


쉽지 않은 것 같은 거지 막상 하면 쉽습니다. 이미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쉽지 않게 만드는 거니까요.

바람이 불어왔다가 불어 가는 것처럼, 배고프면 밥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일어날 때 되면 일어나고, 오줌이 마려우면 오줌 누고, 똥 마려우면 똥 누는 처럼 자연스럽게 하면 돼요.

빌고 있으면 '빌고 있구나!' 알아차림 하면 되는데, 마치 마음에 쎄콤을 설치해 두었다고 생각하고 보고 듣고 맛보고 부딪고 만나는 대상과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모든 생각, 마음, 느낌들을 그저 알아차림만 해주세요.

참 쉽죠잉? 

알아차림을 놓쳤다고 애끓일 것 없고 알아지는 만큼 알아차림 하겠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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