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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May 02. 2023

사랑 연민 기쁨 그리고...,

종교 단상

사랑 연민 기쁨 그리고...,


불교에는 慈悲憙捨(자비희사)라는 끝없이 가없이 써야 할 네 가지 마음이 있다. 이 네 가지 마음을 가없이 쓰는 이를 주변에서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없는 건 아니다. 가없이 이가 알려준 것이다.


이 네 가지 마음은 아무 때나 아무에게나 막 쓰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무조건 누구에게나 '자애롭게' '연민심'과 '기쁜 마음'과 '그대로 두는 마음'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  하나하나의 마음을 써야 할 대상이 다를 뿐 아니라 진리를 이해하는 눈높이가 다르므로 눈높이에 맞게 써야 한다.


慈는 흔히 '사랑'이라고 하는데 이 마음은 '나를 사랑하듯 나를 아끼듯 써야 하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써야 할 대상은 나이와 상관없이 세상의 진리나 이치를 알고 익힌 수준이나 근기가 나와 같거나 엇비슷한 이에게 써야 한다.

悲는 '연민', 흔히들 '그 아픔까지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나이와 상관없이 세상의 진리나 이치를 알지 못하거나 배우고 익힌 수준이 낮아 괴로움을 겪는 이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이다.

憙는 '기쁨'으로, '기뻐할 일에 아낌없이 기뻐하는 마음'인데, 또한 나이와 상관없이 세상의 진리나 이치를 알고 익힌 수준이 나보다 높고 훌륭한 이들에게 써야 한다. 곧, 존경받을만한 말과 행동을 했을 때 진정으로 기뻐하는 마음이다.

捨는 버릴 '사'를 쓰지만 사실은 '있는 그대로 둠'의 뜻이다. 미얀마에서는 '감정 없는 무시'라고 한다. 이 또한 세상진리나 이치의 관점으로 보아야 하는데, 삶에 이로운 말이나 가르침을 아무리 일러줘도 받아들이지 않거나 귀를 닫고 있거나 자기 고집대로 하는 이들은 싫다 좋다 옳다 그르다 없이 아무런 감정 없이 그냥 두라는 것이다.




이 네 가지 마음을 따로따로 훈련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먼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 버릇을 들이겠는 마음이라면 어렵지 않을 일이다.

말하자면 '배려(配慮)'.

배려란, 모든 대상을 '짝을 생각하는 마음' 또는 '짝처럼 생각하는 마음'이다. 그 '짝'은 곧 '나'와 다름없다. 그러니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짝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이럴 때 짝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할까'를 생각하면서 해버릇하는 말이 배려의 말이리라.

이를 테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듣고 싶은 말'이다. 배려의 말은 서로의 기운을 살려주는 한편 상대방의 힘을 북돋우어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욕망과 화에 사로잡히기 쉬운 우리들은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게 한다. 이를 테면 인정받고 싶어 열심히 하는 데 뜻대로 안 되는 상황의 가까운 사람을 마주하면 나를 아끼듯 '뜻대로 안 돼 힘들지? 조금만 쉬었다 해. 그래도 이만큼이나 했는 걸?'라는 식의 사랑이나 연민의 말을 하지 않고 '그것도 못하냐, 남들도 다 그래.'라며 핀잔을 주기 일쑤다.

또 가깝거나 아는 이가 칭찬을 받거나 축하를 받으면 '정말, 애썼어. 정말 축하해.' 하기는커녕 질투나 시기심이 휘두르는 대로 끌려가 '그 정도는 나도 할 줄 안다, 고작 그까짓 일로? 그 정도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라고 속 좁은 소리를 내뱉는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 두기'는 더 어렵다. 어떻게든 후벼 파낸 흠을 여기저기 흩어놓아야 후련해지는 듯하다. 어떻게든 '쟤보다 내가 낫다'라고 상대를 깎아내리며 나의 장점은 물론 단점도 포장하려 든다.

그러니 결과는 서로 더 돈독해지는 게 아니라 더 불편해지는 일뿐이다.


90 대 어머니와 60 대 딸은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 한 번도 다정하게 지내는 적이 없을 뿐만이 아니라 서로 눈물 바람을 하다가 입은 八 字로 삐죽 튀어나온 채 헤어지기 일쑤다. 모녀가 서로 (세상의) 사랑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안 보면 궁금해하고 걱정하고 잘 되길 바라는 사이다.

다만, 서로 사랑이 고프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서로에게 사랑을 목말라한다는 사실이다. 어머니도 사랑이 목마른데 딸이 사랑을 달라하니 당신 신세한탄을 먼저 하고 딸은 짜증을 내기를 되풀이하다가 서로 속상해하는 걸로 마무리하고 헤어지는 것이다.

90 대 어머니가 그랬듯 60대 딸은 그의 자식들에게 목마른 사랑을 대물려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부는 물론 부모 자식, 형제, 친구, 동료들과의 관계가 불편하고 짜증 나고 서운하기보다 즐겁고 편안하고 싶다면, 내가 힘들면 상대방도 힘들 것이라고 먼저 생각해 버릇을 들여보는 건 어떨까.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먼저 건네 보는 것이다. 부드럽게 토닥이는 보는 것이다. 아주 작은 일일지라도 '고맙다' '애썼다' 먼저 표현해 버릇한다면 서운하고 힘들었던 마음은 녹아내리고 뿌듯하고 대견한 마음이 움틀 것이라고 믿는다.



가정의 달이라 일컫는 5월이다.

라일락 꽃향기처럼 화사하고 밝은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꽃향기에 슬쩍 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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