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서식처에 너구리가 나타났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차지하고 고양이 사료를 먹어버렸다. 고양이들은 '야옹야옹' 하며 도움을 청했지만 광주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너굴아 그러면 안돼" 하며 말렸으나 듣지 않았다. "너굴아 거기서 나와" 했으나 못 들은 척했다. 오히려 "너굴아, 너굴아" 자주 부르니 자기 이름인 줄 알고 아는 척을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너구리가 길고양이 사료를 뺏어 먹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 1997년 KBS에서 종묘 너구리 특집을 방송했고, 2001년에는 MBC <느낌표>에서 양재천 너구리를 다뤘으며 <TV 동물농장>에도 여러 번 출연했다.
고양이 밥을 뺐어먹는 너구리를 보며 광주는 고민에 빠졌다. 까치 때도 그러했지만 이번엔 양이 훨씬 많았다. '고양이를 위해 다른 야생동물을 쫓아내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정당한가'에 대해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그러는 사이 새해가 밝았고 광주는 회사로부터 '저세상 텐션' 상을 받았다. 용인은 중학교를 졸업하며 '궁금해 너의 조상' 상을 받았다. 서울은 아무 상도 받지 못했다. 그래도 그에게는 열두 마리의 고양이와 너구리 한 마리, 이상한 상을 받아오는 여자 두 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