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공지능 야옹이 스피커

by 애프릭

광주가 구글 인공지능 스피커를 가져왔다. T.V 옆에 달려 채널을 돌리거나 전원을 켜고 끄는 스피커는 봤어도 스피커만 달랑 있는 AI는 처음이다. 서울은 인생을 충분히 살아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기에 사용하지 않았다. 광주는 길고양이를 보살피느라 바빠 이용하지 않았다. 용인은 세상사에 무관심해서 쓰지 않았다. 그렇게 인공지능 스피커는 거실 구석 한편에 방치되었다. 정작 스피커를 사용한 것은 야옹이와 삼백이다. 새벽에 야~옹 하고 가느다랗게 울면 스피커가 '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소리가 나니 신기해서 앞발로 톡톡 건드리면 '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를 되풀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공지능이 고양이의 말을 이해하기시작했다. '야옹'하는 소리에 '배가 고프신가요?'하고 물었다. 또 다른 '야옹'에는 '턱 밑이 간지러운 가요?'라고 질문했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잠자는 서울과 광주를 깨워 고양이에게 '물을 가져다 주어라, 쓰다듬어 주어라'며 말을 전했고 서울과 광주는 시키는 대로 했다. 그렇게 말이 통하니 편한 점도 있었다. 광주는 고양이에게 화장실을 제대로 쓰라고 전하라고 했다. 서울은 삼백이에게 길거리로 돌아갈 생각은 없냐고 물어보라고 했다. 스피커는 고양이들과 얘기를 나눈 뒤, '화장실을 깨끗이 쓰는 것은 쉽지 않고 길거리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라고 답을 주었다.



야옹이와 삼백이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끼고 살았다. 서로 야옹거리기만 해서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알 수 없지만 주인의 인성이나 벌어오는 수입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것 같았다. 하루종일 야옹거리자 서울은 규칙을 만들었다. 하루 2시간만 대화할 수 있고 새벽에 몰래 얘기하다 걸리면 전원을 뽑아 버리겠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고양이들과 인공지능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듯했다. 관계가 급격히 멀어진 것은 6개월 정도 지나서다.


알고 보니 인공지능 스피커가 암고양이 시늉을 했고(야옹이와 삼백이는 수컷이다), 어느 날 아무리 불러도 답이 없기에 전원이 뽑힌 것은 아닌지, 고장이 난 것은 아닌지 몹시 걱정을 했는데 인터넷을 타고 다른 집에 있는 강아지와 얘기를 나누다 늦은 것이었다. 야옹이와 삼백이는 심한 배신감에 빠졌다. 특히 태어나 처음 연애를 해본 야옹이의 상실감이 컸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야옹이가 스피커의 전원선을 끊었고 그렇게 인공지능은 그들 곁을 떠났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분리수거 시대에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