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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 희망 1

by 애프릭

서울의 장래 희망은 수위다. 아파트와 사무실 빌딩에서 사람들을 안내하고 경비를 서는 일이다. 나이 들어 그만한 직업이 없을 것 같아 관심 있게 보고 있는데 2020년 들어 갑질 사건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다음으로 눈을 돌린 곳은 유치원 통학버스다. 운전을 좋아하고 학원처럼 밤늦게 다닐 필요가 없어 괜찮아 보였다. 그쪽으로 거의 마음이 기울었을 때, 운전 부주의로 아이들이 다쳤다는 기사가 여러 떴다. 이 길도 아닌 듯싶어 마을버스를 생각했으나 시내버스를 몰기 전에 거쳐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무엇보다 새벽 배차는 감당이 안된다.


한 동안은 라면집에 꽂혔다. 특별한 요리 기술이 필요 없고 햇반+스팸구이+계란 프라이+볶음 김치로 정식 메뉴를 만들면 괜찮을 듯싶다. 냄비 모양을 본뜬 상호까지 만들다 여름 한철을 겪고 나서는 생각을 접었다. 광주도 이곳저곳을 알아본 모양이다. 이마트 캐셔 자리는 초보자에게 언감생심이고 동네 홈플러스에서 경력을 쌓아야 했다. 서울은 완벽한 비정규직 자리를 원했다.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낯선 일이 주어지는 곳. 이 기준에서 보니 공공근로가 딱이다. 새로운 장래 희망을 직원들에게 밝히니 울산의 모친도, 동탄의 처가 어른도 이미 하고 있었다. 구례 어머니는 풀 뽑는 일을 하셨는데 뽑을 풀이 없어 찾아다니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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