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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by 애프릭

광주는 출장을 미친 듯이 다녔다. 누구는 회사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아 그랬다고 하고, 누구는 보기 싫은 상사를 피해 그랬다고 했으며, 또 다른 누구는 바로 그 상사가 광주가 보기 싫어 미친 듯이 보냈다고 했다. 결론은 김우중 회장도 아니면서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하늘 위에서 보냈고, 여러 호텔을 전전한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아닌, 탑승 거리만으로 50만 마일을 달성하여, 비행기를 타면 사무장이 달려와 인사를 건넸다.


절약정신도 투철하여 호텔에 묵으면 무상으로 제공하는 칫솔, 치약, 슬리퍼, 서울을 위한 면도기를 챙겨 왔다. 이게 일 년에 서너 번이면 캠핑을 가거나 가족 여행을 할 때, 요긴하게 쓸 텐데 그 횟수가 너무 많았다. 서울이 기독교를 믿었다면 전도 활동을 하면서 사탕을 주는 대신, 슬리퍼를 나눠줘도 남을 정도였다. 광주가 들고 오는 일회용 칫솔, 치약을 쓰느라 서울은 정상적으로 판매되는 칫솔, 치약을 쓸 기회가 없었다. 다양한 색상과 맛의 치약, 기능성이 있는 칫솔모를 써보고 싶었으나 허락되지 않았다. 박지성이 광고하는 면도기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만 한 눈을 팔면 일회용품이 화장대 서랍을 넘쳐흘렀다.



서울이 제발 멈추라고 했으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플라스틱 제품은 재활용품으로 내놓기라도 하지 슬리퍼를 버리려고 종량제 봉투를 살 때마다 피눈물이 났다. 서울은 어매너티 물품의 흐름을 직접 겪으며 경제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누군가는 만들고, 누군가는 이동시키고, 누군가는 정신없이 소비한다. 그 와중에 자본가는 돈을 벌고, 노동자는 월급을 받으며, 소비자는 이를 반복하게 한다. 자본주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광주와 서울이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세상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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