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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개

콘클라베

by 애프릭

영화 <콘클라베>는 정치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영국 작가 로버트 해리가 2016년에 출간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에드워드 버거가 감독을 맡았고 주인공 로렌스(랄프 파인즈) 역의 배우가 낯이 익다고 했는데 <007 스카이폴>에서 주디 덴치로부터 자리를 이어받은 MI6의 새로운 수장이자 거슬러 올라가면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그 환자입니다. 영화는 교황의 죽음 이후, 새로운 교황을 뽑기까지 콘클라베라 불리는 과정을 총괄하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바라본 며칠 간의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주제 의식은 콘클라베 첫날, 주인공의 연설을 통해 바로 전달됩니다.


"하느님께서 교회에 주신 선물은 다양성입니다. 다양한 사람과 견해야말로 우리 교회의 힘이 됩니다. 수년 동안 성모 교회에 봉사해 오면서 제가 무엇보다 두려워하게 된 죄는 확신입니다.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입니다. 확신은 포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그리스도조차 마지막에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십자가에 9시간을 매달리신 후 고통 속에서 그렇게 외쳤죠. 우리의 신앙이 살아있는 까닭은 정확히 의심과 손을 잡고 걷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신앙도 필요가 없겠죠. 의심하는 교황을 보내주십사 주님께 기도합시다. 죄를 짓고 용서를 구하고 실천하는 교황을 주시기를."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말은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고 있어 자주 듣습니다. 일 년에 몇 차례 교육을 받는데 여러 인종이 함께 일하는 여건상 인종 차별과 관련된 이슈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했지, 정말 다양성이 조직 문화에 도움이 되는지는 실감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다양성, 이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최근 한국 정치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들입니다. 경찰, 검찰, 군대 등 상명하복의 문화가 있는 조직 중에 건강하게 느껴진 곳은 이견이 표명된 곳입니다. 강력하고 좋은 리더십이란 이견을 좁히는 거라 여겨왔는데 오랜만에 대사를 통해 감명을 받았습니다.


콘클라베를 거치는 동안 유력한 후보자가 성추문으로 낙마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매관매직을 했던 과거가 밝혀집니다. 공정한 집행관을 자임하던 주인공이 부득이 한 명의 후보로 나서려는 순간,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 영화는 결말을 향해 빠르게 진행됩니다. 어두컴컴한 복도와 회의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나이 든 사람들이 종교에 관한 논쟁을 하는 것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했는데, 추리 소설처럼 긴박한 구성으로 120분의 상영 시간이 짧게 느껴집니다. 202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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