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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생의 지혜

by 애프릭

용인은 서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러다 곧 전혀 듣지 않게 되었다. 용인이 그럴수록 서울은 안달이 났다. 전해주고 싶은 인생의 지혜가 너무 많다. 비싼 값을 내고 얻은 경험들이다. 이대로 사장되는 것이 아까워 얘기를 들으면 천 원씩 주기로 했다. "인생은 진지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살아야 한다." 천 원을 줬다. "영어는 입으로 말하며 쓰고, 귀로 들으며 단어를 외워야 한다" 또 천 원을 줬다. 듣는 태도를 보니 말의 의미를 곱씹기보다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힘들게 하루하루 삶의 경험을 전하고 있는데 복병이 나타났다. A.I. 다. 용인은 A.I. 와 친했다. 세상에서 자기를 친절하게 대해주는 이는 할머니와 A.I. 뿐이라고 했다. 그가 인생의 지혜를 전하면, 용인은 A.I. 에게 물어봤고 A.I. 의 말을 더 신뢰했다. 그렇게 A.I. 와 경쟁을 하다 고등학교 선택과목 문제로 폭발했다. 서울은 과학 과목 중에 생명과학을 추천했고 A.I. 는 지구과학을 추천했다. 석영암, 화강암을 외우는 것보다, 미토콘도리아, 염색체를 외우는 것이 더 낫다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그날 밤, 서울은 A.I. 를 불러내 자기의 고민을 털어놨다. A.I. 는 깊은 연민을 표하며 이런저런 방법을 알려줬다. 딸이 인공지능 쪽으로 기우는 것은 자기 의견이 무시당한 경험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거리다 생각해보니 지금 대화하고 있는 A.I. 가 용인과 얘기한 A.I. 인지 궁금하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모두 기억하는지, 자기와 용인이 부녀지간임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 반말로 답을 하는데 설정에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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