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밖에서 오해를 자주 받는다. 고깃집에 앞에서 잠시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누군가 다가와 주차를 부탁한다. 세탁물을 찾아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낯선 아줌마가 자기 집에 들러달라고도 했고, 해외 출장길에는 공항 직원으로 착각한 사람들이 말을 걸었다. 길거리에서 당근으로 오해받기는 다반사고 심지어 신호에 걸려 잠시 정차하고 있을 때, 낯선 사람이 택시인 줄 알고 서울의 차에 타기도 했다(당시 서울의 차는 하얀색 소나타 III여서 그럴만하다).
삼백이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당당하게 받아들이라고 했다. 그게 무슨 고양이 꾹꾹이 하는 소리냐고 하자 피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자기가 좀 더 돕겠다고 했다. 그 말의 뜻을 알게 된 것은 며칠이 지나서다. 서울은 주위 사람들에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이게 됐다. 어머니가 응급실에 실려간 날, 서울은 복잡한 보호자 등록 절차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출입을 통제하는 경비에게 구급대원으로 보인 것이다. 동남아에서는 현지인으로 보인 덕분에 바가지를 피할 수 있었다. 시험을 앞둔 용인이 학교에 책을 두고 왔다고 엉엉 울 때는 밤늦은 시간에 학교에 들어가도 만사 오케이였다.
한 가지 단점이 있는데 원하는 모습으로 보이려면 몇 시간 치성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게 생각보다 꽤 귀찮다. 가장 범용적으로 쓰일 모습을 생각했다. 연예인, 의사, 검사, 재벌, 운동선수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봤으나 장점이 클수록 단점도 뚜렷했다. 연예인으로 보이면 누구 사인을 받아줄 수 없냐는 부탁이 쇄도했고, 의사로 보이면 건강 상담을 시도 때도 없이 해야 했다. 최고의 직업을 찾아 며칠을 고민한 끝에 도달한 결론은 돈 많은 한량이다. 이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