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by 애프릭

서울은 오랫동안 다니던 미장원 대신 이발소에 갔다. 십수 년 단골인데 언제부턴가 원장은 식사를 하다가 달려 나왔다. 11시에 가서 그러길래 1시에 갔고, 3시에 가거나 5시에 가도 마찬가지였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에 미안하지만 음식 냄새는 참기 어렵다. 길 건너에 이발소가 있다. 젊은 시절, '남자는 이발소지' 하고 들어간 곳에서 비싼 가격에 울면서 머리를 깎은 적이 있어 망설여왔다.


용기를 내 들어간 실내는 80년대 분위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발사를 돕는 조수다. 젊고 예쁠수록 요금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다행히 서울이 누나라고 불러도 될 정도여서 마음을 놓았다. 모서리 한편에 커다란 텔레비전이 있고 공중파 방송 대신 유튜브가 나왔다. 차례를 기다리고 머리를 깎는 내내 듣게 되었는데 눈치를 보니 이발사 할아버지와 조수 누나, 다른 손님들 모두 애청자인 것 같았다.



내용은 일종의 소개팅 프로다. 초로의 남성이 가정집 커튼을 배경으로 신청자의 사연을 읽고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다. 연령대는 남성의 경우 60대에서 80대, 여성은 50대에서 70대 사이다. 여성 신청자는 덩치가 크지 않은 60대 초반의 남자를 찾는다고 했다. 덩치가 작아야 되는 이유를 묻자, 상냥한 남자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고, 사회자는 성격과 덩치는 무관하다고 조언했다. 방송 틈틈이 신청자의 사진이 화면에 올라오는데 옆이나 뒷모습으로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사회자는 몸매가 좋다며 신청자를 격려했다.


나이대가 있어서인지 자녀 관계와 혼인 신고 여부를 묻는 것이 여타 방송과 차별점이다. 서울은 머리를 감으면서도 귀를 기울였다. 후일담에선 전에 매칭된 80대 노인이 스무 살 어린 상대방이 오피스텔을 원한다고 문의해 왔는데 이럴 경우 절대 사주면 안 된다고 했다. 직업윤리와 프로 정신이 엿보였다. 드라이가 빨리 끝나 서울은 다음번 사연을 듣지 못했다. 흡인력이 대단했다. 서울은 이발소를 나오면서 장래 계획을 세웠다. 40대와 60대 사이의 시장을 뚫는 것이다. 정식 회사가 아니니 인력풀과 매칭률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만남을 원하고 그들의 사연이 있는 한, 조회수는 따놓은 당상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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